예측 가능한 게임을 치른 새누리당에는 4ㆍ24재보궐선거에서 '본전'을 찾아야 한다는 긴장감은 없었다.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 설치된 선거종합상황실에 모였던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도 득표율 등을 살펴본 뒤 금세 자리를 떴다.
그보다는 김무성ㆍ이완구 두 거물급 국회의원 당선인의 여의도 입성이 몰고 올 여권 지형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 영도로 지역구를 옮겨 승리한 김 당선인은 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5선의 중진의원이다. 19대 총선 공천 탈락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다.
여권에서는 그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당청 관계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져 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차기 당권 주자로도 벌써부터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는 당선소감에서도 "'영도를 발전시켜달라, 박근혜 정부를 잘 도와서 박근혜 정권이 안정되게 출범하게 해달라'는 말씀을 명심해 국회에 가는 대로 역할을 찾겠다"며 친박계 좌장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원내지도부 선거에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보스 기질이 있는 김 당선인을 내심 따르는 의원들이 많다"며 "최경환ㆍ이주영 의원의 친박계 2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는 원내대표 선거전에서 그가 한 쪽에 무게를 실어줄 경우 쉽게 판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당선인은 원내 입성 직후에는 몸을 숙이고 당내 스킨십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현 지도부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앞장서겠다"며 성급하게 당권 행보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조심스러운 김 당선인과 달리 충남 부여ㆍ청양 지역구의 이 당선인은 벌써부터 '충청권 맹주론'을 내세우고 있다. 대권의 향방이 늘 '충청=캐스팅보트'라는 공식으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이 당선인의 복귀는 새누리당의 행보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 충청 지역당이 없어 충청인들의 공허함이 있을 수도 있다"며 "혼자 힘만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충청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60%대)를 훌쩍 뛰어넘는 80%에 가까운 득표율이 나온 이번 선거 결과도 단순한 지역 국회의원을 넘어 충청권을 대변할 인물을 만들겠다는 지역민심이 반영됐다는 분위기다. 그는 선거 전부터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얻었던 80.99%를 넘어서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