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줄기세포와 고르스키


지난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은 당시 우주선에 오르며 "굿 럭! 미스터 고르스키"라고 중얼거렸다. 사연은 이렇다. 암스트롱은 어린 시절 옆집에 살던 부부가 다투는 것을 우연히 봤는데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남편인 고르스키가 이렇게 외친 것. "이혼? 옆집 애가 달나라에 가면 그때 해주지!" 수십년 후 그 옆집 애가 실제로 달나라에 가게 되면서 고르스키의 행운을 빌어 주게 됐다. 과학의 발전이란 이런 것이다.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과학적 가설들,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일들이 꿈처럼 현실에서 이뤄지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접해왔다. 줄기세포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10년 전 국내 처음으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줄기세포 개발 계획서를 만들었던 한 바이오업체의 대표도 그것이 처음에는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소설의 현실화'에 도전했던 어느 바이오 벤처기업은 최근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무릎 연골재생 치료제를 개발했다. 연구를 시작한 지 11년, 임상시험을 시작한 지 5년 10개월 만이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그 옛날의 고르스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아직까지 실험실의 연구 대상일 뿐 실용화는 멀었다는 주장도 있고 치료 효능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는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것이 전부 사기이거나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극단적인 불신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 치료제는 연내에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제약사는 물론 대기업과 메이저 다국적 제약사들까지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력에서 앞서나가고 있지만 사회 전반의 인식과 관련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미스매칭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곧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에서 기술 경쟁력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학계ㆍ의약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 모두 줄기세포에 대한 인식 전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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