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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美 금융감독기관 수장 절반이 빈자리… 금융개혁 손 놓을판

월가와 밀월관계 공화당… 금융개혁법 수정 요구하며 예보 의장등 임명에 몽니<br>'중요한 금융기관' 지정등 개혁 후속작업 잇단 차질

'앞으로 금융감독기관장들의 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리면 10명 가운데 절반은 비어 있거나 직무대행들이 참석하게 될 것이다'(뉴욕타임스) 지난 5년간 미국의 은행감독업무를 총괄해온 쉴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금융감독기관 수장들의 무더기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금융규제개혁법(일명 도드-프랭크 법)의 의회통과로 금융감독체계가 개편으로 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금융감독기관장의 자리가 크게 늘었다. 또 베어의장 처럼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에 대해서도 후임자의 임명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공화당과의 정파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감독기관 수장 절반은 공석= 미 정부의 골치덩어리인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의 감독해야 하는 연방주택금융감독청(FHFA)는 지난 2009년부터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단위로 영업을 하는 국법은행에 대한 감독기구인 통화감독청(OCC) 역시 지난해 8월 이후 존 월시 청장직무대행이 꾸려가고 있다. 재무부내 금융연구소장직도 공석으로 남겨져 있다. 금융개혁법에 따라 신설되는 감독기관의 수장임명도 계속 지체되고 있다. 금융감독 개혁의 중요한 성과로 꼽히는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엘리자베스 워렌 특별고문이 관할하고 있지만, 정식 국장에는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신설된 대형금융기관과 은행에 대한 감독업무를 담당할 부의장 역시 1년 가까이 공석이다. 데니얼 타룰로 FRB이사가 유력후보지만, 인준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등에 업은 공화당 '몽니'=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 같은 금융감독 기관장의 무더기공백 사태를 보도하면서 월가와 밀착한 공화당의 인준반대가 인선지연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12월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공화당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조셉 스미스 노스캐롤라이나 은행위원회 위원의 연방주택금융감독청장의 임명건이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월가 금융기업들의 지원을 톡톡히 받았던 공화당은 금융개혁에 대해 금융기관들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관치금융이라며 금융개혁법의 대폭적인 수정을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 공화당은 최근에는 도드 프랭크 법을 개정해 소비자금융보호국의 기능을 축소하지 않는 한 어떤 지명자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공언하는 서한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백악관 역시 금융감독기관장에 대한 임명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기관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모든 권력을 움켜지고자 기관장에 대한 인선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개혁 후속작업 차질 우려= 금융개혁의 후속작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금융감독기관들로서는 수장의 공백이 치명적이다. 금융개혁법의 통과로 인해 수백 건의 규제가 새로 정비돼야 하고, 금융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수장의 공백으로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민감한 사안들의 결정은 미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월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기관(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firmsㆍSIFs)'지정문제가 걸려있다. 자산규모 500억 달러 이상의 은행은 자동적으로 SIFs에 지정되지만, 나머지 보험, 헤지펀드 등 다른 금융기관의 지정은 재무부, FRB, FDIC 등이 협의를 해야 한다. 최근 열린 의회청문회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세부적인 기준을 요구했지만, 금융기관장들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쉐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리더십의 부재가 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해나가는데, 주저하지 않는 인사들을 하루속히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장관은 수장이 없는 감독기관들을 운영하고 있는 책임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업무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먹혀 들지 않는 상황이다. 존 월시 OCC 청장직무대행은 최근 의회청문회에서 "가이트너 장관이 기관장처럼 적극적으로 일해달라고 주문하지만, 그에게 되려 확고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독립적인 기관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처럼 많은 문제가 노출됨에 따라 FDIC, OCC 등 주요기관의 수장임명을 서두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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