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 '불스원샷' 이병헌 통해 이미지 변신
코오롱스포츠 장동건·탕웨이 기용 中 공략
삼성 김치냉장고도 전지현 내세워 판매 쑥쑥
출시 15년 만에 브랜드 리뉴얼에 나선 자동차 엔진세정제 '불스원샷'. 그간 개그맨 이수근ㆍ김병만을 투톱으로 내세워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해왔던 불스원샷은 브랜드 개편을 앞두고 풀기 어려운 고민에 빠졌다. 이수근과 김병만 덕택에 브랜드 인지도는 높였지만 불스원샷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저씨' '정비사'로 굳어졌다는 점이 문제였다. 회사 측에서는 타깃 고객을 '자동차를 소유한 30~39세 남성'으로 삼고 브랜드를 젊고 세련되게, 믿음이 가는 대상으로 바꾸고 싶었다. 고심 끝에 나온 해결책은 배우 이병헌을 기용하자는 것. 신뢰 가는 목소리로 인기 높은 이병헌은 휴대폰ㆍ자동차 등 다양한 소비재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그는 목소리뿐 아니라 성별과 연령 구분 없이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이미지까지 겸비해 많은 광고주들의 선택을 받았다. 불스원샷으로서는 특히 그가 유명 자동차 모델로 활동했던 점이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불스원샷의 한 관계자는 "이병헌이 TV 광고에 등장하면서 신규 고객 유입도 늘었고 '친근함'보다는 '신뢰'가 브랜드와 먼저 연결되는 단어로 조사됐다"며 "우리가 지금은 중소기업이지만 엔진세정제 시장에서는 톱이고 앞으로 계속 성장해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강조해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이병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귀띔했다. 결국 불스원샷의 이병헌 모델 기용은 변경된 제품 이미지와 브랜드 주목도를 모두 높이는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꼽히게 됐다.
짧게는 15초, 길게는 30초 안에 대중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TV 광고는 이 같은 효과 때문에 브랜드의 얼굴인 모델을 고르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광고 한편을 제작ㆍ방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점 외에도 모델 선정은 브랜드가 계획한 마케팅 전략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가 세운 마케팅 전략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정해질 경우 모델이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이전 기억을 새로운 방향으로 다시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광고모델을 정할 때는 광고주가 특정 모델을 직접 정해 계약을 맺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광고대행사가 제안한 모델 가운데 선택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서희곤 이노션 3본부캠페인1팀 국장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체성과 모델이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살핀 후 타깃 고객층을 조사해 모델에 대한 선호도나 호감도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광고모델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얘기다.
시장경쟁이 치열한 소비재의 경우 광고주가 돈을 싸 들고 가도 마땅한 모델이 없어 곤란해지기도 한다. 바로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아웃도어 시장이 해당 사례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쓸 만한 모델은 이미 모두 계약했다'는 얘기가 지난해부터 나왔지만 분기마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실무진은 머리를 싸매며 대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아웃도어 업계에서 광고모델 기용 자체로 화제를 모은 곳은 코오롱스포츠다. 글로벌 스타를 브랜드 얼굴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코오롱스포츠는 그동안 유명 배우나 아이돌 스타를 내세우는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광고모델 전략이 달라진 것은 당연히 마케팅 목표의 변화 때문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2030세대를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했고 내년을 기점으로 중국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된 모델이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인기가 높고 패션감각이 뛰어난 탕웨이와 전 연령대에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장동건이었다.
'꽃보다 할배'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서진과 결혼 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지현을 모델로 정한 네파 역시 마케팅 전략이 수정되면서 새 얼굴을 찾아나선 사례다. 네파는 그동안 아이돌 그룹인 2PM을 내세워 중고등학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주고객층이 너무 어리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서진과 전지현을 모델로 삼았다. 또 야성미와 활동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노스케이프는 최민수를, 세련되면서도 강인한 남성상을 브랜드에 투영하고 싶었던 K2는 현빈을 '얼굴'로 골랐다. 반면 젊은 층을 타깃 고객으로 삼고 도회적인 세련미를 브랜드 특징으로 부각시키는 노스페이스는 송중기ㆍ이연희ㆍ공효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여배우라면 한번쯤 꼭 해봐야 한다'는 화장품 업계에서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국민 첫사랑으로 뜬 수지다. 더페이스샵은 수지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그대로 적중해 '대박'이 터졌다. 더페이스샵이 수지를 발탁한 후 봄 시즌에 TV 광고로 내보낸 '치아씨드 피지 잡는 수분크림'은 '수지크림'으로 불리며 여름까지 60만개 이상 판매됐다. 가을에는 '망고씨드 하트볼륨 버터'를 선보여 '수지버터'로 불리며 출시 한달 반 만에 15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가전제품도 모델의 위력을 비켜갈 수 없다. 삼성전자는 지펠아삭 김치냉장고를 출시하며 전지현을 모델로 삼아 가족의 먹거리를 살뜰하게 챙기는 광고를 선보였다. 이후 '전지현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이 제품은 현재 삼성전자 김치냉장고 전체 판매량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다. 전지현은 결혼 후 모델료가 상승했다. 결혼 전에는 '예쁘고 섹시한 스타'의 이미지였지만 여기에 '세련된 주부'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더해진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지현은 결혼 후 소화할 수 있는 상품영역이 넓어진데다 활동영역인 영화 쪽에서 성공을 거듭하고 있어 광고주가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LG전자에서는 기술력과 신뢰에 방점을 찍는 마케팅 전략에 맞춰 트롬세탁기 모델로 연예인이 아닌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사장이 활약하고 있다. 지난 36년간 세탁기 부문에서만 근무하며 LG세탁기를 세계 1위의 반열에 올려놓은 '세탁기 신화의 주역'인 조 사장의 노력을 영상에 녹여내면 '트롬' 브랜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광고를 제작한 HS애드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