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솔린드라의 비극


요즘 미국에서는 한때 신산업의 미래로 촉망 받던 태양광업체 솔린드라의 파산을 놓고 이래저래 말이 많다. 솔린드라는 지난 2009년 연방정부로부터 신규 공장 건설에 필요한 대출금 5억3,500만달러에 대해 보증을 받았고, 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공장을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미래가 여기에 있다"는 극찬을 들었다. 그러나 불과 1년여만인 지난 9월 중국업체와 가격 경쟁에서 밀린 이 업체는 1,1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한 뒤 파산신청을 했다. 최근 의회의 요청에 따라 백악관이 제출한 2,000여쪽에 달하는 이메일 자료를 통해 정부의 대출 보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왜 이 공장을 방문하게 됐는지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으로 에너지부에 입성한 한 참모는 대출 보증이 이뤄지기 한 달 전인 2009년 8월 여러 차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이메일을 보내 솔린드라의 공장 착공에 앞서 보증을 조속히 해줄 것을 요청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지난해 3월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쿠퍼스가 이 회사의 지급여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 뒤 백악관 안팎에서 경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오바마를 후원하는 한 벤처 사업가는 백악관 참모에게 솔린드라의 비용구조가 나빠 장기간 생존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안일하게 대응했다. 에너지부의 담당자는 "장래에 어쩌면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받아넘겼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솔린드라와 같은 신산업 부문의 공장 10곳을 방문한다면 그 가운데 몇 개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오는 2012년까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겠지만, 이는 정부가 최첨단, 신경제 산업을 지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솔린드라 파산으로 인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공화당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사례로 삼아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의 경제정책에 좋지 않은 여론도 더욱 나빠질 조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세계에서는 쓰러지는 기업이 있기 마련이며 신산업에 수천억달러를 쏟아붓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들이 한번 시도라도 해봐야 되는 것 아니냐며 지원의 정당성을 역설했지만 별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솔린드라의 파문을 보고 있노라면 수천억, 수조원의 정부 재원을 눈먼 돈인양 흥청망청했던 한국의 벤처붐을 떠올리게 된다. 정부가 돈을 잘못 쓰면 그 부담은 국민들이 지게 된다. 우리에게 더 이상 솔린드라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자문해볼 일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