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위기 세계경제 영향은…/최악사태 가정,불똥방어 비상

◎미­대한채권 106억불뿐… 충격작다/일­해외시장서 수출경쟁 치열 예상/유럽 “채권회수 곤란”­아 “제2 통화하락”「세계의 눈이 온통 한국에 쏠려 있다」 요즘 외국의 주요언론과 통신들은 매일같이 한국의 증시와 외환시장, 대기업 의 부도소식을 숨가쁘게 토해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침몰은 11일과 12일에 걸쳐 가까운 동남아는 물론 일본, 홍콩을 거쳐 유럽·미국 등 전세계를 잇따라 강타했다. 서울발 세계 금융위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따라 세계 주요언론 및 전문가, 정책당국자들은 한국의 환율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설정하고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측의 기대와는 달리 외국에서는 대체로 한국경제 붕괴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이 비교적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지금 당장의 금융시장 타격보다 실물경제, 특히 무역부문에 미칠 파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시각을 정리·소개한다. ◇미국:워싱턴 포스트지는 12일 『미국내 투자자와 경제·안보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붕괴가 도미노현상의 마지막이며 한국은 혼자 쓰러질뿐 미국 등 다른 지역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다분히 정치적인 냄새가 풍기지만 한국이 미국경제에 미칠 영향이 극히 미미하고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는 미국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미경기가 사상 유례없는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미민간은행과 기업들이 한국에 빌려준 자금은 1백6억달러이지만 대외채권의 2.6%에 불과하므로 손비처리해버리면 그만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최근 『한국 등 아시아국들의 경제 위기로 성장이 저하되고 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수출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나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에 대한 수출감소를 유럽지역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며 이같은 충격파를 흡수할 여력을 갖고 있다는 애기다. 그러나 미국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한국의 저가품 수출이 원화의 가치 하락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3·4분기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같은 인식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금융부문에 미칠 영향은 적겠지만 해외시장에서 한국과의 무역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장성의 고위관리는 『한국의 금융문제가 일본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은행들이 한국에 제공한 대출규모는 지난 6월말 현재 2백40억달러로 태국(3백70억달러)보다 적고 아시아지역 총대출액의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한직접투자도 50억달러로 적은 편이다. 만약 대출금의 절반을 떼인다해도 지난달 파산한 훗카이도 다쿠쇼구(북해도척식)은행의 부실규모와 맞먹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정작 일본이 염려하고 있는 것은 무역시장에서의 새로운 경쟁 격화다.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간 3백억달러를 기록했던 대한수출이나 1백45억달러의 흑자폭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게됐다. 특히 철강·조선·전자·자동차 등 한국과 유사한 수출구조를 갖고있는 산업의 경우 타격이 커 관련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 제2의 무역상대국인 한국의 경제위기가 계속됨에 따라 일부 업계에서 이미 수출 감소 등 타격을 입고 있으며 금융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그 영향이 일본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12일 보도했다. ◇유럽 및 아시아:유럽측의 공식입장은 한국의 위기가 유럽경제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럽의 대미 수출이 26%인데 비해 일본을 포함한 대아시아 수출액은 전체 수출규모의 7%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유럽의 경기 회복이 수출보다 내수 신장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다만 유럽에 대한 한국기업들의 직접투자규모가 1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는데다 한국에 대한 채권 회수가 어려워질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은 한국의 외환시장 위기가 아시아 통화의「제2차 평가절하」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홍콩은 홍콩달러화 가치 하락과 금리 급등이라는 이중고가 심화돼 환율제도 변경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 등 아시아 금융위기로 내년엔 수출 증가세가 10%로 둔화되는 반면 수입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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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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