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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생활주택 도입 3년] 전월세난 해소 도움됐지만 주차난·주거수준 하락 불러

정부 지원책 힘입어 2010년부터 공급 늘어 월세가격 억제 긍정적<br>수익 고려 기준 완화로 초소형주택 물량 넘쳐나 도심 난개발 주범 우려

서울시내에 최근 들어선 도시형생활주택가. 올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물량이 10만가구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집중으로 인한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직장인 백모(32)씨는 지난 5월 신축된 30㎡짜리 도시형생활주택 월세를 구했다. 월 임대료는 50만원 정도. 이전에는 인근 원룸주택에 월 40만원을 내고 살았지만 좀 더 깨끗하고 살기 편할 것으로 예상해 집을 옮겼다. 하지만 백씨는 "신축건물이라 깨끗하기는 하지만 매달 15만원을 더 내는 만큼의 만족도는 아니다"라며 "주차도 불편하고 편의시설도 부족해 일반 원룸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이 도입된 지 3년여가 지났다. 업계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일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공급 증가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이 인다. 당초 도입목적대로 전월세난 해소에 기여한 점은 인정되지만 주차난과 주거 수준 하락 등 폐해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주차장 요건을 완화하면서 입주민의 주차난은 더욱 심해졌고 도심에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인근 주민들의 피해도 만만찮았던 것. 또 이윤을 높이기 위해 업체들이 20㎡ 안팎의 초소형 주택 위주로 공급하다 보니 주거의 질도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위원은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는 것은 전월세난 해소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였다"며 "하지만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다른 공익이 침해당하는 부작용이 양산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부터 공급 급증, 월세 가격 억제=도입 초기만 해도 도시형생활주택은 건설업체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사업 시행자에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 2009년 첫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량은 1,688가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해 8ㆍ23 전세대책을 통해 국민주택기금 지원 기준을 마련하고 주차장 설치 기준을 전용 60㎡당 1대(원룸형의 경우)로 완화하는 등 정부의 지원책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2010년 2만259가구가 지어진 도시형생활주택은 지난해에는 무려 8만3,859가구가 공급됐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계속돼 올 상반기에만 이미 5만6,826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10만가구가 넘어 전체 주택 공급 계획량인 45만가구의 20% 이상을 도시형생활주택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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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늘면서 전월세난 해소에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한국감정원의 월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101.6)을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에는 99.6까지 떨어졌다.

관악구 봉천동 S공인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월 임대료는 기존 원룸주택 등에 비해 비싸지만 공급이 늘면서 기존 주택의 월세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주차난, 주거 수준 하락 등 갖가지 부작용도=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자의 수익을 극대화시켜 공급을 단기간에 늘린 탓에 갖가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우선 도시형생활주택이 20㎡ 이하의 초소형 위주로 공급되면서 입주민의 주거 수준이 하락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 3만3,833가구의 84%가 30㎡ 미만의 초소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인당 주거면적(36㎡)에도 미치지 못하는 면적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이 주택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일반 공동주택과 달리 소음 기준이나 외벽, 도로 간 거리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주차난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에 분양된 도시형생활주택의 가구당 주차 가능 대수는 0.37대1에 불과했다. 실제로 마포구 동교동에 들어서는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주차장이 가구당 0.3대에 불과하다. 동교동 H공인 관계자는 "싱글족들의 경우 평일에는 차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주말에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장 기준은 이런 생활 패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심 난개발의 주범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이 우후죽순 늘면서 공사 기간에는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대거 발생하고 생활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특히 부지가 협소해 개발이 되지 않았던 자투리땅이 도시형생활주택 부지로 각광을 받으며 땅값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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