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미풍에도 출렁이는 외환시장… 참여자 늘려 외부충격 흡수

■ 증권사간 외환거래 허용<br>국제수지 흑자로 늘어난 달러… 증권·보험사 가세땐 소화 가능<br>중소사 참여 파이 키우기까진 시간 걸려 당장 수익은 힘들듯


"경제 규모는 크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작아 위기 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체력이 약하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우리 외환시장의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거래 규모는 5.3%로 싱가포르(146%)나 홍콩(112.8%), 영국(85.1%), 호주(18.2%) 등과 비교해 턱없이 낮다.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금융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얘기다.


경제 규모에 비해 외환시장이 비좁다 보니 작은 외부충격에도 시장이 출렁거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당장 올해만 해도 북핵, 일본의 아베노믹스, 미국의 출구전략 등이 차례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서는 그리스 1차 구제금융(2010년 5월), 그리스 2차 구제금융(2011년 7월), 그리스 연방정부 구성 실패(2012년 5월) 등 고비 때마다 환율이 달러당 200원 가까이 급등했다. 올 7월에는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장기국채 발행을 축소해 시장불안을 잠재운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2014년 및 중기경제전망'을 통해 토빈세를 도입해 외자 유출입을 통제해야 출구전략에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환율을 시장에 맡기기 불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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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증권사 간 외환거래를 허용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외환시장의 참가자를 늘려 환율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현재는 비슷한 이해관계를 지닌 소수 은행들이 외환거래를 독점하다 보니 위기 때마다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국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때 은행들이 다 같이 달러 확보 경쟁에 뛰어들어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는 식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우리나라의 국제수지가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달러가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는데 증권사나 보험사 등이 시장에 참가하면 이를 소화할 수 있다"면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참가자들이 늘어나면 환율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 역시 "외환시장의 폭을 늘리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속에 '성장의 벽'에 부딪힌 증권업계 역시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올 1ㆍ4분기 기준 국내 62개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163억원으로 전년 대비 72.7%나 줄었다.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외환시장에서 증권사를 중심으로 환율 차이를 활용한 수익 창출에 대한 수요가 있어 이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이 커지고 유동성 규모가 확대되면 자연히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며 "수수료 절감과 같은 비용감소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수익이 당장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 하루 2억~3억달러 수준의 신용한도를 확보하고 있어 거래 자체에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다"며 "중소 증권사가 참여해 파이를 키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될 외국환은행들의 반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당분간 증권사들이 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증권사 외환거래를 허용하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규제책을 같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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