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잘못 그린 재난대응 밑그림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자며 정부가 내놓은 밑그림에 반응은 미지근했다. 주요 기사나 사설로 다룬 언론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난 23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기본방향'에 대한 기사를 한 중앙일간지는 지면 맨 아래 구석에 단신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정부의 밑그림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재난이 발생했을 때 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육·해상 사고시 각각 소방방재청과 신설될 해양안전본부(가칭)에 현장지휘권을 준다는 게 골자다.


총리가 대형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인데 오버랩되는 과거 장면을 떠올렸다면 새로울 게 없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가 재난대응의 핵심 조직인 국가안전처를 총리실 소속으로 두겠다고 밝혔던 만큼 총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예견됐던데다 그동안 그토록 강조돼왔던 컨트롤타워가 결국 '같은 총리,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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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에는 범정부 차원의 총괄·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정부가 벤치마킹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도 지난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사망·실종자가 2,500여명에 이르는 재앙이 발생했을 때 우리 안전행정부나 해양경찰청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구조대원 파견 및 구호활동 지연을 부른 FEMA청장의 오판은 사실 따지고 보면 9.11테러 이후 약화된 FEMA 위상에서 비롯됐다. 카트리나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미 행정부보다 의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FEMA 리더십 복원이었다.

이번 재난대응 플랜이 미국의 체계와 일부 비슷하지만 확실한 차이는 있다. 독립적 위상을 가진 FEMA청장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재난대응 계획수립의 권한을 갖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사실상 영향력이 제한적인 총리에게 재난대응 책임을 지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 전 총리의 역할과 권한이 사고 후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는데 수많은 인명이 위협 받는 비상시에 컨트롤타워가 비상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군다나 총지휘자까지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그때 그 사람'이라면.

내년 초 마스터플랜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 등 넘어야 할 변수가 많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밑그림이 엉성하다면 깨끗이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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