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럽 위기에 北체제 불안까지… "김일성 사망때와 완전 달라"


유럽 재정위기로 삐걱거리던 국내 증시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까지 겹치며 곤두박질 쳤다. 대외악재라는 짐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인데 이제는 한반도 리스크까지 짊어져야 할 상황을 맞은 셈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김 위원장의 사망은 권력 이양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일성 전 북한 주석 사망 당시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당분간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63.03포인트(3.43%) 하락한 1,776.93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주말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벨기에의 신용등급을 내린 데 이어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 강등설까지 확산되며 장 개시부터 0.57% 내림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업친 데 덥친 격으로 정오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낙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장 초반만 해도 매수우위를 보이던 외국인들이 매도폭을 2,065억원까지 키우면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89포인트나 하락하며 1,750.60포인트까지 밀려났다. 개인이 1,648억원어치를 사들인 가운데 연기금도 1,414억원어치를 저가매수하는 등 주가방어에 나선 덕분에 장 막판 낙폭이 다소 준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업종별로는 전업종이 1% 이상 하락한 가운데 기계, 의료정밀, 의약품 등은 5% 이상이나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하락했고, 특히 SK이노베이션, 하이닉스, LG화학 등은 5~6%나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한때 8.80%까지 폭락하는 등 고전을 거듭하다 결국 전날보다 26.97포인트(5.35%) 내린 477.61에 장을 마감했다. 그동안 루머로만 돌았던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이번엔 ‘진짜’로 판명되자 주식시장이 너나 할 것 없이 혼란에 빠진 셈이다.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당분간 혼란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대북리스크가 불거진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학습효과 때문에 증시도 금세 회복했지만 이번 경우는 북한의 권력구조가 취약한 상황이어서 과거 김일성 사망때에 비해 증시에 주는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는 글로벌 경제가 괜찮았고 외환시장도 개방이 안 됐을 때인 데다가 김정일로의 권력 승계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시기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유럽위기가 진행중인데다 북한 권력승계도 확고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북한리스크 발생 때와 달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앞으로 관건은 북한 내부의 체제 변화 여부가 될 텐데 당장 어떤 변화가 올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란 점에서 단기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과거 김일성 사망 당시 국내 증시는 오히려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현 상황은 불확실성 측면에서 당시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유럽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는 시점에서 이번 김 위원장 사망 소식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자 섣부른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혜윤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주석 사망 때와 달리 지금의 북한은 김정은에게 권력 이양 작업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내에서 권력 투쟁이 일어날 경우 한반도 정세 불안이 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권력 다툼은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당분간 북한의 권력 이양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 동안 유럽 재정위기를 의식했던 투자자는 이제 국내 내부적인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김정일 사망으로 북한의 체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는 만큼 단기적으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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