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그 길에는 지뢰가 있다

제6보(72~86)



사석작전의 요령 가운데 키워죽이기가 있다. 내 돌의 활로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돌의 몸집을 키우는 것인데 이 수법은 바둑의 대표적인 묘미 가운데 하나이다. 보통은 돌 1개를 2개로 키워죽이는 사례가 종종 등장하는데 때로는 10개를 20개로 키워죽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뒷맛을 노리기 위해서도 키우고 외세를 얻어내기 위해서도 키운다. 이 바둑에서도 미들급 키워죽이기가 등장했다. 백72가 그것. 손실을 최소화하자면 이 수로는 반대 방향에서 그러니까 참고도1의 백1로 몰아야 마땅하다. 백은 하변의 3점을 내주고 어느 정도의 외세를 장만할 수가 있다. 그런데 강동윤은 실전의 백72로 몰았고 결과적으로 손실의 규모는 갑절로 늘어났다. 3점만 희생하면 되는 자리였는데 6점이 희생된 것이다. 그 까닭은 강동윤이 좌변쪽 흑대마의 공격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백82로 잡으러 갔다. 이제 집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져 있다. 백이 20집은 족히 지는 바둑이 되었다. 백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좌변쪽 흑대마를 포착하여 섬멸하는 길뿐이다. "완전히 올인작전이네요."(온소진5단) 흑도 등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아무리 대마불사라지만 활로가 가물거린다. 참고도2의 흑1로 탈출하면 쉽게 수습이 되겠지만 그 길에는 적이 설치해놓은 지뢰가 있다. 흑5로 탈출한 다음 순간 백6으로 지뢰폭발이다. 죽었던 하변의 백이 흑 4점을 잡으면서 부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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