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자산매입과 완화적 정책으로 주택 및 자동차시장이 개선되는 등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장기 저금리 기조가 잠재적인 비용과 위험성을 내포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에 따른 위험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FRB는 필요한 시기에 통화정책을 조절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이는 최근 FRB 안팎에서 제기되는 양적완화 조기종료 주장을 일축하면서 당분간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29~3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금융시장 왜곡 등의 부작용을 감안해 노동시장이 현저히 개선되기 이전에 이를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다수 참석자는 섣불리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하면 이에 따른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반박했다.
피터 카딜로 록웰글로벌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의 발언은 조만간 경기부양 프로그램이 종료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FRB의 통화완화 정책이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 저평가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을 촉발한다는 지적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취임한 FRB 의장 가운데 내 임기에 물가가 가장 안정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미국 정치권의 최대 쟁점인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회복세에 심각한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의 경제성장세가 여전히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방정부의 급격한 지출감축과 세금인상은 경제에 '심각한 역풍'이 될 수 있다면서 "의회와 행정부는 시퀘스터로 인한 급격한 지출삭감 대신 재정적자를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최근 들어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지난해 4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주춤했다고 해서 회복세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보고된 지표로 미뤄볼 때 올 들어 성장세가 다시 가시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미국이 2%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증시는 이날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상승세를 기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15.96포인트(0.84%)나 뛴 1만3,900.13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