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불안과 경기침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ㆍ독일 국채는 연일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재정과 경기 리스크에 직면한 국가의 경우 통상 국채가격이 하락하면서 금리가 떨어져야 하지만 미국발 침체가 결국은 전세계 경기둔화로 번져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강대국의 장기 금리는 오히려 속락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때 2.395%까지 하락해 물가상승률(2.4%)을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50여년 만에 0%를 기록한 셈이다. 독일의 장기 국채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아진 것은 톰슨로이터의 국채금리 데이터가 보관된 지난 1957년 이래 처음으로 독일 정부가 사실상 공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 국채 금리도 지난해 11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경우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해 11월12일 이래 최저 수준인 2.71%, 5년물 국채금리도 지난해 11월 이래 가장 낮은 1.18%까지 각각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세계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자 투자자들이 "그래도 미 국채가 안전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가격변동폭이 비교적 작고 현금화하기 쉬운 미 국채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노 가즈히코 도카이도쿄증권 수석 채권 스트래티지스트는 "미 국채가 매도돼야 할 상황에서 매수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시장의 관심이 세계 경기 추이로 옮겨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기가 하반기에 전반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미국이나 일본ㆍ독일 등 경제강국 국채로 글로벌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도 국채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시이 준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4~5일 열리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와 오는 9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융완화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채 매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