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카이스트에 무슨 일이…

전문계고 출신 교내 자살이어<br>과학고 출신 휴학생도 집서 투신<br>학생들 성적·성공 스트레스 심해<br>정신보건센터 확충 등 대책 시급


국내 최고 이공계 영재들로 불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계고 출신으로 지난해 이 학교에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한 학생이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개월 만인 21일 과학고 출신의 휴학생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졌다. 정확한 자살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 소식에 KAIST는 충격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경쟁과 불안한 미래 등으로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이에 대한 대학들의 대처가 미흡하다며 정신보건센터를 확충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KAIST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6시35분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이 학교 휴학생 A(19세)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을 거뒀다. 현재 경찰과 학교 측은 유서내용과 유족진술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 중이다. A씨는 아파트에서 투신하기 전 남긴 A4 한 장 분량의 유서에서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겠다' '여동생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앞서 1월8일에는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로 KAIST에 입학한 전문계고 출신의 B(19세)씨가 저조한 성적 등을 비관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KAIST는 '자살 사고 방지 대책위원회'와 '새내기 지원단'을 운영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또 자살 사고가 발생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승섭 KAIST 학생처장은 "매우 당혹스럽다"며 "이 학생은 학점이 3.12에 달할 정도로 성적도 좋았고 학교 내부생활도 원만해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KAIST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일반적인 대학생들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지난번 발생한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돕기 위한 상담센터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천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교수는 "정확한 자살 동기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명문대 학생들은 성적이나 성공에 대한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다"면서 "늘 잘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다가 외부에서 조금이라도 비난과 자극이 가해지면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학(원)생 자살자 수는 2008년 232명, 2009년 332명, 지난해 268명 등 매년 200명을 웃돌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등록금 마련과 성적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이어져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 대학의 자살 방지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이 취약하다"면서 "'베르테르 효과'를 차단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지만 대학들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다루는 정신보건센터를 강화하고 전문 상담요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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