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세계증시, 합병보다 경쟁력 강화를

최근 유럽 2위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를 두고 세계적인 증권거래소들이 앞다퉈 합병 제의를 하고 있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인수 제안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유로넥스트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런던증권거래소(LSE)는 NYSE나 나스닥의 줄기찬 합병 제의를 거부하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보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세계적인 증권거래소 통합 붐이 불면서 고객들은 주식 거래의 안정성이 어떻게 유지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증권거래소간 합병은 운영권 문제가 아니라 운영 효율성 문제로 인식된다. 증권거래소들이 합병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는 것보다 적절한 경쟁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거래소 합병 논의는 거래소들간 경쟁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도이체뵈르제는 파생상품 거래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로넥스트를 인수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려 했다. 만약 도이체뵈르제가 인수에 성공했다면 파생상품과 관련해 투자를 게을리했을 것이 뻔하다. 증권거래소의 경쟁력은 합병 경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최근 독일과 이탈리아ㆍ스페인의 증권거래소 등에 대해 청산ㆍ예탁ㆍ결제 시스템의 수직적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통합 이후 각 거래소마다 특화된 분야만 담당하게끔 구조 개편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현되면 미국처럼 한 거래소가 증권 거래와 관련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 거래 비용이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계획은 폐지돼야 한다. EC가 유럽 내 증권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증권 예탁 및 결제 수수료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다른 글로벌 거래소들도 합병을 통해 당장 눈앞의 경쟁을 피할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거래소 본연의 업무에 보다 충실하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5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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