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배추국장은 언제까지 중국에만 기댈건가

정부가 배추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또다시 중국산 수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배추 가격이 급등세로 돌아서자 2,000톤의 산둥성 배추를 들여와 김치업계에 공급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는 삼겹살 가격이 치솟는다며 무관세 수입을 추진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건고추 같은 채소에도 잇따라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것을 보면 '물가 관리=수입 확대'라는 정책기조가 고착됐나 싶을 정도다. 배추국장이라고 임명했더니 기껏 하는 일이 수입물량 조정하는 데나 매달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물가장관회의를 열어 내놓는 대책이라는 게 수입물량을 늘려 물가 고삐를 잡겠다는 것이어서 국민들로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신선식품이라는 게 워낙 수급예측이 쉽지 않은데다 서민생활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당장 내놓을 뾰족한 대책이 마땅치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격이 들썩인다고 수입 확대라는 손쉬운 처방에만 계속해서 매달리다 보면 결국 관련 산업 전반에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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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툭하면 수입물량을 시장에 풀어놓다 보니 국내 생산기반이 위축되고 외부 여건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출렁이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수입 농산물이 들어와 일단 시중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임시방편의 효과에 그쳐 주기적으로 수급불안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수입업자들이 물량을 조절해 폭리를 취하는 바람에 가격안정에는 별 도움을 주지 않고 엉뚱하게 유통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인 응급처방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구조와 유통시스템을 갖추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해온 사전 계약재배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생산자들의 위험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일본처럼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 농협이 주도적으로 나서 농산물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전국적인 저온저장시설을 구축해 탄력적인 수급조절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시장과 생산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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