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하다


참 특이한 현상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인도 아니고 정당의 뒷받침도 없는데 오랫동안 야권은 물론 여권의 대선주자를 위협하는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따져보면 이 같은 현상은 기성 정당의 개혁 부진과 기성 정치에 대한 언론의 일방적 매도가 낳은 합작품이기도 하다.

'안철수의 생각' 출간은 참으로 절묘한 시기에 맞춰 절묘한 내용으로 채워져 등장한 것 같다. 안 원장에 대한 국민 기대가 다소 지루해져 갈 즈음이며 민주당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고 런던올림픽을 십여일 남겨 놓은 시점이기도 하다. 책은 나오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안 원장의 지지도에 켜졌던 적색경보마저 아웃시켰다.


정치권 시각으로 볼 때 안철수의 생각은 안 원장의 '생각(홍보) 지침서'로 보여진다. 사실상 대선주자로서 본격적인 첫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출판에 이은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민주당 내 선두 대선주자로 문재인 후보를 단숨에 올려놓았던 과정과 비슷하다. 과도한 해석일지 모르지만 정치공학적으로 정교한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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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안 원장은 지금 자신에 대한 지지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의 뜻도 담겨 있어 대선 출마로 바로 연결 짓기에는 무리이니 돌다리인지 아닌지 좀 더 두드려 보겠다고 한다. 또 현실 정치에서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확신도 부족하다고 고백한다.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는 사람이면 누구나 갖게 되는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안 원장의 입장에서는 정치권 입문을 가능한 늦추는 것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다만 검증시간이 짧아진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제시할 테니 그것을 보고 평가하고 검증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안 원장으로서 출판은 '일석삼조'의 카드인 셈이다.

복지와 관련해서 필자가 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3+1 정책을 통해 보편적 복지 논쟁의 불을 지핀 입장에서 볼 때 안 원장이 보편적 복지에 대해 충분한 공부와 이해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밖의 주요 정책 또한 민주당 정강 정책과 큰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민주당 후보와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확실히 커진 것이다.

안 원장은 이 책을 시작으로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안 원장은 이미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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