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해외에 부끄러운 민낯 드러낸 한국 교육

스웨덴 언론이 한국 교육을 "배우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혹평했단다. 대학진학률과 같은 표면적 성과는 뛰어나지만 학생들이 사교육에 내몰리며 혹사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과서와 시험 위주로 자율성이 결여돼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훈계도 잊지 않았다. 교육의 부끄러운 민낯이 세계 앞에 드러난 것이다.


우리 교육은 겉으로 볼 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고등학교와 고등교육 이수율은 각각 82%와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으뜸이다.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에서도 읽기와 수학은 1위, 과학은 3위에 올랐고 각종 국제올림피아드에서도 1위를 휩쓸었다. 가히 교육왕국이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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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학생들만큼 불행한 이들도 찾기 힘들다. 교육이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수단으로 전락하다 보니 정답암기와 스펙쌓기가 전부인양 돼버렸다. 보충수업 포함 하루 10시간의 학교 공부도 모자라 심야까지 학원으로 과외로 내몰리는 이유다. 교육이라기보다 사육(飼育)이라 해야 옳다.

물론 자원도 없는 최빈국이었던 우리가 세계 9위의 경제대국이 된 데는 교육의 힘이 컸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크다. 남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사회의 대립과 갈등 구조를 격화시켰고 암기식 교육은 창의력을 말살하고 있다. OECD의 3배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 부담에 노후를 준비할 여력도 없어졌다. 일그러진 교육구조가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우리 교육의 고질병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과 사회가 학벌과 스펙 위주로 굴러가면 학생과 학부모는 그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교육 시스템 개조가 아니라 학교와 기업ㆍ사회 전반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적어도 수십년이 소요되는 사회개조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국가경쟁력 유지를 원한다면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외국의 비아냥거리로 전락한 교육의 혁신 없이는 우리 사회의 장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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