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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금운용 숨통 틔워 구조조정 가속화"
입력2009.05.28 17:36:26
수정
2009.05.28 17:36:26
■ BIS 요구비율 10%로 낮춰<br>기업들에 원활한 대출 통한 실물경제 활성화 기대도<br>금감원 "MOU 이행실적 격월로 평가… 미흡땐 불이익"
| 김종창(오른쪽)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적정한 BIS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서울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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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이 은행 외화채무 지급보증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다시 체결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요구비율을 기존의 최소 11%에서 최소 10%로 낮춘 것은 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은행권의 건전성 악화 부담을 줄여 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에 따라 역마진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권의 자금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BIS 비율 완화에도 은행권이 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BIS 비율이 낮아지면 국제 금융시장 등에서 신뢰도가 떨어져 조달 금리 상승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구조조정에 적극 나서라"=현재 금융감독당국은 은행권에 대해 강도 높은 기업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5일 "금융회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부실을 키울 경우 은행장ㆍ임원을 포함해 확실히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압박은 역으로 금융권이 기업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경우 대손충당금 부담이 늘어나 가뜩이나 좋지 않은 수익성이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충당금이 급증하면 BIS 비율도 떨어지는데 이는 은행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미 올해 1ㆍ4분기 은행들의 충당금 전입액은 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인 4조5,000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더구나 앞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은행권의 부담은 더 늘어날 게 뻔하다.
현재 채권은행들은 여신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가운데 기본 평가에서 불합격된 430곳에 대해 세부평가를 실시해 오는 6월 중에 옥석 가리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45개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 가운데 9곳과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을 체결하고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그동안 대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적립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금감원이 이번에 BIS 비율을 완화한 것도 이 같은 은행권의 부담을 줄여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자금 공급으로 경기회복=또 중소기업 및 수출 기업 등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을 통해 신용경색을 방지하고 실물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BIS 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은행의 자금 공급 기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BIS 비율 하락을 우려해 기업 대출을 꺼리면서 경기침체를 가속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이번 MOU에서는 시중의 자금난이 다소 완화됨에 따라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부담은 다소 줄었다. 올해 중기 대출 목표 비율을 평균 52.6%에서 평균 50.4%로 낮췄고 기존에는 은행별 중소기업 의무 대출 비율과 순증액 기준으로 관리하던 것을 비율 관리로 일원화했다. 경기침체로 은행권 전체 대출이 늘지 않고 있는데 순증액 기준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만 늘리기는 어렵다는 은행 측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정 MOU는 은행들의 대출여력 확보를 위해 최저 BIS 요구비율을 낮추고 중기에 편중된 대출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BIS 비율 완화는 은행권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은행들은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왔으나 대출 금리는 낮아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금감원은 앞으로 MOU 이행실적을 격월로 평가하고 이행실적이 미흡한 은행에는 지급보증한도 축소, 보증수수료 상향 등의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은행들의 MOU 이행현황은 격월로 국회에 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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