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통일세는 치적 쌓기용?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8ㆍ15 광복절 축사에서 통일 한반도를 대비하기 위한 통일세 신설을 제안했다. 통일 이후 예상되는 사회적 혼란과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한 통일재원을 지금부터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는 논리이다. 또 다른 세금을 내는 부담이 뒤따르지만 국민 대다수는 환영을 표시했다. 온 겨레가 소망하는 통일을 위해 일정한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당위성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 최고책임자의 제안이 1년이 넘도록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기대는 불신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당초 통일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재원마련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반기가 끝나갈 무렵 부처 간 협의가 덜 됐다며 올 8ㆍ15 광복절까지로 한차례 연기했다. 8ㆍ15 광복절이 지나고 정기국회가 중반이 넘어섰지만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발표시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조세부담과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로 강력 반대하기 때문이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오는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서는 통일세 신설은 곤란해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라고 말했다. 게다가 서울시장 재보선을 비롯해 다음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여당조차 반대입장으로 가닥을 잡아 통일세 신설은 더욱 요원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통일부 당국자에게 전해도 "부처 간 협의는 잘 되고 있다"는 믿지 못할 말을 앵무새마냥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제안에 대한 성과물을 내놓으려는 통일부의 안간힘이 과한 욕심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그럴 여력이 있으면 현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통일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대의를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통일부 역시 자신 있다면 계속 추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관련 부처와 여당의 협조조차 얻어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치적 쌓기 위한 성급한 밀어붙이기식 행보는 행정력 낭비에 불과할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