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전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터무니없이 저렴한 전력요금의 현실화를 통해 전력과소비를 막는 한편 발전능력을 확충해 전력예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먼저 전력요금 현실화가 시급한 것은 지금처럼 발전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전력요금 체계를 그대로 둔다면 언제든지 전력수요 급증과 이로 인한 전력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전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사상 초유의 순환정전 사태가 빚어진 데는 전력수요 예측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최대 전력수요를 7,262만kW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7,313만kW에 달해 50만kW 정도의 차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처럼 통상적인 예측을 웃돌 정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전력예비율이 위험수준으로 떨어진 근본 원인은 전력요금이 워낙 싸다 보니 전력 과소비가 일상화됐다는 데 있다. 지난 25년간 물가는 3배나 뛰었는데도 전기료는 10% 상승에 그쳤다. 그 결과 국내 전기소비의 53.6%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당 76원으로 주택용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국내 산업용 전기료를 100으로 봤을 때 일본 266원, 미국 117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84원에 이른다. 이처럼 낮은 전기요금 체제하에서는 전기절약을 기대할 수 없고 언제든지 예기치 못한 과소비에 따른 정전사태의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효율성이 높은 신규 발전소 건설을 통해 전력예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통상 발전설비 예비율이 15%를 넘어야 한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고서야 정부는 올해 6.6%에 불과한 전력예비율을 14%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오는 2014년까지 발전능력 1145만kW의 발전소 건설이 이뤄져야 하는데, 일차적으로 현재 건설되고 있는 7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적기에 완공하고 신규 원전부지 확보도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정전사태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면서 원전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신재생에너지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국내 여건상 원자력발전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규모 정전사태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