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중수교 20년 중국과 함께 세계로] <3> 성장 씨앗 심는 SK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신산업 맥 짚어 미래 먹거리 캔다<br>20년 시행착오 교훈삼아 초심서 신성장 동력 발굴<br>국영기업과 MOU 체결 등 현지 전략산업 선점 결실<br>사회공헌과 시너지도 톡톡

SK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재 회사인 엘리트코니의 연구원들이 저장성 상위시에 소재한 본사 실험실에서 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높은 소재를 만들기 위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이재에 밝아 '중국의 유태인'으로 불리는 원저우 상인의 주요 활동무대인 중국 저장성 성도 항저우. 항저우 시아오샨 공항에서 항저우 시내로 들어서자 일반 가솔린 차량이 아닌 2차전지로 움직이는 무공해 택시 등 전기 차량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중국 정부가 항저우 등 인근 지역을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신흥전략 산업의 시범지구로 선정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계시장에서 만년 산업 후발국가의 족쇄를 벗어 던지고 미래 신성장산업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중국의 야망을 엿볼 수 있다.


항저우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소도시 상위가 있다. 바로 이곳에 전기차의 최고 핵심인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엘리트코니'라는 회사가 있다. SK가 지난해 9월 3,000만위안을 투자해 인수한 기업으로 인수 직전만 해도 부실한 경영관리, 마케팅 실패 등으로 존폐 위기에 있었다. 하지만 SK 인수 이후 인간존중과 인재중용을 모토로 하는 SK식 선진 경영기법이 접목되면서 배터리 소재 업계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이 기업은 당초 배터리 소재의 핵심기술인 양극 전구체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상용화 기술과 경영 노하우 부족 등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이성민 엘리트코니 법인장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구체 소재 생산에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제조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일 뿐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최대 숙제인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어 제품 경쟁력이 탁월하다"며 "이미 배터리 업계 테스트를 통해 최고의 품질임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업계 품질 테스트를 성공리에 통과하고 생산라인을 대폭 확충하면서 올해 매출이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은 엘리트코니와 손잡고 올해 중국 완성차 업체인 광주기차와 합작해 중국 토종업체로서는 최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SK는 지난 2010년부터 중국이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희토류' 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차이나 고위관계자는 "올해 중국 국영기업과 희토류 사업 진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중국이 전략적 산업으로 설정한 산업인 만큼 서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윈윈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토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첨단 정밀무기의 원료로 쓰이는 첨단 소재로 중국이 세계 희토류 시장 밸류체인의 윗단에 서기 위해 희토류 업계 통폐합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선진화, 고도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대표적 전략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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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에서는 SK가 중국 미래시장의 '맥'을 짚어가며 세계의 거대시장으로 변모하는 중국에 씨를 뿌려나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가 나오기까지 SK는 중국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맛보고 뼈저린 통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09년 SK는 중국 진출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유와 통신사업에만 매몰된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이렇다 할 '글로벌 프로젝트' 없이 중국 사업이 공전을 거듭할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결국 최태원 SK 회장이 무거운 침묵 끝에 포문을 열었다. 2009년 11월 SK가 매년 중국에서 베이징시 정부와 공동 개최하는 사회ㆍ인문 포럼인 '베이징 포럼'에서 "SK의 중국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며 "초심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나가겠다"고 밝힌 것.

이후 SK의 중국 사업 방식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에서의 진정한 현지화가 사업 성공의 출발점이라는 인식하에 SK 중국 주재원에게 한국 본사에서 퇴사하고 SK차이나 및 중국 현지법인에 재입사할 것을 명령했다. 한국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고 중국에서 승부를 걸라는 그룹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어 2011년에는 100여명의 SK 임직원 등 고위간부를 중국에 장기 파견해 중국에서 신사업을 발굴하라는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SK의 변신이 중국 진출 이후 일관되고 확고하게 쌓아온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하나하나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중국 현지의 평가다. 쩡페이옌 전 중국 부총리는 4월 "SK가 오랜 기간 중국의 경제발전뿐 아니라 교육ㆍ문화ㆍ사회공헌 등 여러 영역에 걸쳐 크게 기여해왔음을 익히 알고 있다"며 "SK는 이미 중국에 뿌리를 내리고 중국 정재계의 존경을 받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SK 사회공헌 활동의 대명사인 'SK 장원방(壯元榜)'은 한국에서 35년 동안 후원해온 장학퀴즈 프로그램의 중국판으로 2000년부터 베이징TV(BTV)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BTV를 시작으로 매주 전국 주요 지역 매체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중국 중고등학생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며 SK의 사회적 기업 이미지를 한껏 드높이고 있다.

또 고 최종현 회장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2000년부터 베이징대ㆍ푸단대와 공동으로 인문ㆍ경제 학술교류회의인 '베이징 포럼'과 '상하이 포럼'을 개최, G2로서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중국 정부와 학계ㆍ업계와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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