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8월 16일] '팔아 드리기'와 '팔아 먹기'

전통적으로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취급하는 물건에 상관없이 ‘장사꾼’ ‘장사치’와 같은 단어로 천대를 받으며 사농공상의 서열에서 제일 낮게 평가받아왔고 현대사회에 들어와서도 ‘장사’나 ‘영업’은 일반적으로 수준 낮고 저급한 일로 평가받아왔으며 필자도 유통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찮은 기회에 유통업을 시작하게 됐고 유통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사업을 하려다 보니 ‘장사’의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부분부터 공부하고 경험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장사’는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높은 수준의 고부가가치 사업이 될 수도 있고 수준 낮고 저급한 밥벌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필자는 이 두 상태를 ‘팔아드리기’와 ‘팔아먹기’라는 표현으로 구분하는데 전자는 고객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후자는 고객이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하면 얼마든지 현혹시킬 수 있는 만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따라서 ‘팔아드리는’ 장사를 하는 사람은 똑똑한 고객을 위해 팔고 있는 상품의 객관적인 상품경쟁력을 최대한 높이고 고객이 높아진 상품경쟁력을 인지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눈과 귀를 최대한 열어드리는’ 방법을 연구하는 반면 ‘팔아먹는’ 장사를 하는 사람은 무조건 이윤이 많이 남을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해 유리한 정보는 강조하고 불리한 정보는 숨기는 식으로 고객의 ‘눈과 귀를 적당히 열고 가리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판매자가 이윤을 얻는다는 사실은 같아도 ‘팔아드리는’ 경우 고객은 경쟁력 높은 상품을 구매한 것이 되고 상품을 사는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지식을 체득하며 구매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지만 ‘팔아먹는’ 경우 고객은 경쟁력 떨어지는 상품을 한정된 지식으로 밀고 당기기를 통해 샀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국 ‘팔아드리는’ 것은 판매자와 고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생산적인 행위가 되지만 ‘팔아먹는’ 것은 판매자의 이윤을 위해 고객의 손해를 필요로 하는 제로섬 내지는 소모적인 행위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팔아드리는’ 장사를 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우고 발전하기 위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상품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고 단기적인 이익 추구의 유혹 때문에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많은 분야에서 ‘팔아먹는’ 장사가 이뤄지고 있다. 필자의 회사가 사업을 하고 있는 웨딩 시장 또한 서비스유통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업체들이 객관적인 상품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고 결혼을 처음 준비하는 고객들의 상품 지식이 한정된다는 특성으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팔아먹는’ 장사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필자의 회사도 사업 초기에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와 쉬운 시장 진입을 위해 ‘팔아먹는’ 장사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이 있었지만 그것은 회사를 위해 장기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선택임이 분명하고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격을 낮추는 행위라고 확신해 항상 ‘팔아드리는’ 장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인터넷이 활성화돼 고객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요구가 복잡ㆍ다양해진 시대에 필자의 회사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은 ‘팔아드리기’일 것이다. 이러한 ‘팔아드리기’ 원칙이 시장 전반에서 일반적인 현상이 된다면 ‘딴따라’로 인식되던 연예인이 한류 탄생의 주역이 됐듯이 ‘장사꾼’이 사람들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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