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혐의자 입만 바라보는 스마트 수사

"이번 사건의 유일한 직접증거인 곽영욱의 증언이 전후 일관성ㆍ합리성ㆍ객관적 상당성 모두 부족하다" 지난해 검찰의 정치수사 비판을 받으며 곤욕을 치른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사건은 핵심 피의자의 진술로 유ㆍ무죄가 갈렸다. 검찰은 곽씨의 검찰조사 당시 진술만을 믿었다가 '검찰이 서울시장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재판정에서는 곽씨의 희미한 기억에 기댄 진술이 오락가락할 때마다 검찰ㆍ변호인은 물론 방청석에서까지 탄식과 한숨이 이어졌다. 곽씨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줬는지, 책상에 뒀는지, 줬다면 얼마를 전달했는지 번복에 번복을 거듭했다. 이에 검찰은 검찰조사 때와 다른 곽씨의 증언에 '왜 그러느냐'는 질문만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18개월이 지난 현재 검찰은 자체적인 수사개혁론을 설파하며 일신을 거듭했지만 사건에서 핵심피의자의 입만 바라보는 현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과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한 전 총리 사건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곽 교육감 사건에서 당초 박 교수가 후보자 사퇴의 대가로 2억원을 받았다는 '설'은 박씨의 변호인을 통해 수사과정에서 한번도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로 바뀌었다. 힘든 법정공방이 다시금 예견되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분류된 소망교회 출신의 박태규씨에 대한 수사는 더욱 어렵다. 청와대는 물론 여ㆍ야 국회의원 다수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수사의 진척은 없다. 구속된 지 이미 2주가 넘어 곧 기소를 앞둔 시점에서도 박씨의 입은 굳게 닫혀있고 검찰은 수십억원에 달한 돈뭉치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못 찾느냐, 안 찾느냐'는 질타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안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 거래 범죄는 통화내역, 골프 라운딩 기록으로 물을 순 있어도 진술이 없으면 보강증거에 지나지 않는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환부만 깔끔하게 도려내는 '스마트 수사론'을 들고 나왔다. 혐의자의 입만 바라보는 수사 말고 진짜 스마트한 수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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