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한국 R&D의 명암과 과제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 시대를 열었고 김연아 또한 2009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글로벌 스타의 반열에 우뚝 서 있다. 국내 프로축구ㆍ야구 선수들도 연신 거친 숨소리를 쏟아내며 우승 고지를 향해 뛰고 달렸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 팀과 최우수(MVP) 선수는 하나다. 묵묵히 기초체력을 튼튼히 다지고 기량을 연마한 팀과 선수의 차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원천기술 개발에 역점 둬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스포츠가 세계의 중심권으로 도약하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한때 소홀히 했던 기본기와 기초체력을 충실히 다지는 한편 불굴의 도전정신과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 개방과 혁신,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국민적 성원이 어우러진 결과 아닐까. 우리나라 연구개발(R&D)의 어제와 오늘을 반추해보면 괄목할 정도로 발전해왔다. 반세기 전만 해도 극빈국에 속했던 우리나라가 6ㆍ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초고속 성장할 수 있게 된 원천은 온 국민의 합심된 노력과 뜨거운 열정이었지만 정부 주도의 R&D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의 R&D 역량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정부의 R&D 예산은 지난 1964년 20억원에서 올해 14조9,000억원으로 7,450배, 정부ㆍ민간을 포함한 총 R&D 투자는 1963년 12억원에서 올해 52조5,000억원으로 4만3,750배나 증가했다. 현재 공공ㆍ민간 분야 R&D 인력도 30만명을 웃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R&D는 화려한 외양과 달리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최근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R&D 지원 사업을 냉철하게 자성하면서 '도전ㆍ동반성장ㆍ신뢰'를 3대 원칙으로 하는 '지식경제 R&D 쇄신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경제적 부가가치와 국부 창출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R&D 정책에 대한 근본적 대수술 없이는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먼저 '도전적 R&D'의 핵심은 더 이상 안이한 성공에 안주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실패율이 높아지더라도 성공한 과제들이 세계 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나 대규모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 제품 개발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80점짜리 논문용 기술보다 '킬러 기술ㆍ제품'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격수는 물론 미드필더와 수비수ㆍ골키퍼의 실력이 모두 최고 수준을 갖출 때 최고의 축구팀이 되듯이 R&D 지원 사업에서도 대기업과 중견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라는 화두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대기업은 리스크가 큰 대형 과제를 맡도록 하고 중소형 R&D 과제는 중견ㆍ중소기업의 몫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R&D 과제 수행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견ㆍ중소기업 간의 불합리한 관행을 수술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R&D도 大ㆍ中企 상생체제로 프로 스포츠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R&D 지원 사업도 연구자는 물론 국민의 관심과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선진적인 R&D 역량 강화는 요원할 것이다. 다음달 1일부터 이틀간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소재부품 미래 비전 2020' 전시회가 열린다.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10대 소재기술 개발 사업을 비롯해 20대 핵심부품 소재기술 개발 사업 등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지식경제 R&D 현재와 미래 모습을 국민에게 선보이는 축제의 장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나라 R&D의 현주소를 뿌듯하게 느끼고 체험하며 R&D 연구자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보내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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