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당국 수장-지주사 회장 회동 뒷얘기

'上王' 강만수 회장 따끔한 질타 등 분위기 주도


'상왕(上王)'들 간의 만남이니 공허한 '공자 말씀'만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 5대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이 지난 18일 가진 조찬회동은 예상 외로 격한 논의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저축은행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에 대해 카드 문제가 시발점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이 같은 문제점과 관련해 노골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다른 지주회사 회장들을 질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의 수장인 김 위원장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상왕들이지만 현 정권의 실세인 강 회장만큼은 마음속의 얘기를 한 것이다. 만남은 1시간30분을 넘겨 진행됐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회장들이 워낙 말을 많이 하는 바람에 당국에서 할 얘기는 많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무적 측면에서 가장 많은 얘기를 한 사람은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이었으며 이팔성 우리지주 회장은 최근 문제가 된 전산(IT) 부분에 대해 주로 발언했다. 한동우 신한 회장은 발언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는 PF 사태, 저축은행ㆍ가계부채 문제 등과 관련해 두루 논의했지만 그 중에서도 카드에 대한 지적이 집중적으로 오갔다. 카드 문제를 강조한 사람은 강 회장이었다. 강 회장은 초반에 발언을 하지 않다가 중반 이후 건설 부문 얘기가 나오자 사태의 시발점으로 카드 문제를 꼬집었다. 강 회장은 "카드회사들이 카드 본연의 기능을 하지 않는다"며 신랄하게 얘기를 꺼냈다. 그는 "카드사들이 리볼빙을 하는 것이야 괜찮지만 카드론까지 하는 것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것"이라며 영업 행태를 정면에서 지적했다. 카드사들이 고리대금업까지 하니 저축은행들이 영업기반을 잃어버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PF 대란도 영업기반을 잃어버린 저축은행들이 살 길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강 회장의 따끔한 지적에 다른 참석자는 한 회장에게 "지난해 2조원의 이익을 냈다는데 그 중 1조원이 카드에서 나온 것이라면서요"라고 묻기도 했다. 연이은 카드 문제 지적에 일부 지주 회장들은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특히 어윤대 KB지주 회장은 "우리가 카드 경영을 촉발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우리는 리스크 관리를 확실하게 했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 본부장을 카드 쪽으로 보내기도 했다"며 "카드 시장 점유율도 14.3%에서 13.2%로 줄었다"고 해명했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PF 해결을 놓고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은행들이 거래처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도 건설사를 살리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모았으며 일부 회장들은 "당국도 PF 사업장을 이익이 나는 구조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회장은 "건설사가 살아야 일자리가 늘고 소비도 살아 경제순환 구조가 안정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강 회장도 장관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건설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 회장들을 한꺼번에 모이도록 한 것은 김 위원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분위기를 압도한 것은 강 회장이었던 셈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회장들을 압박하기 위해 모이도록 했다는 시각은 맞지 않다"며 "김 위원장이 나선 것 자체로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특별한 해법을 찾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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