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12억 코끼리 등에 올라타자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인도 남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타밀어는 한국어와 유사한 단어가 1,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폭풍우를 맞은 파이는 "아빠, 엄마"라고 외친다. 인도 소년 파이가 한국어를 구사한 것은 아니다. 타밀어 아빠·엄마가 한국어와 음과 뜻이 같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타밀어와 한국어의 유사성을 보고 2,000년 전부터 양국이 언어적·문화적으로 친밀한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인도 정상회담 경협확대 길 터

그러나 두 나라 사이는 근현대사 들어 소원해졌다. 1991년 인도가 경제개방 정책을 도입하기 전에는 양국은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그렇지만 실상 인도는 우리와 비교조차 안 될 만큼의 경제강국이었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경제사학자인 앵거스 매디슨은 "인도는 10세기까지 중국보다 더 큰 규모의 국내총생산(GDP)을 가진 세계 1위 경제대국이었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1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세계 GDP의 20% 이상을 차지한 거대경제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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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만큼은 아니지만 21세기 인도도 경제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매력지수 기준으로 세계 4위 경제대국이며 세계 3위 식량 생산국이다. 정보기술(IT)·과학기술도 세계를 지배해나가고 있다. 바야흐로 328만㎢라는 광대한 영토 안에 웅크리고 있던 12억 코끼리가 세계무대를 다시 누비며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이다.

인도와는 반대로 현재 우리 경제는 영화의 주인공 파이처럼 엄마·아빠를 외쳐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1980년대 8.6%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은 최근에 3%대로 낮아져 17년 후에는 1%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의 인도 방문과 성공적인 한·인도 정상회담은 한국 경제가 달리는 코끼리 등에 올라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대통령은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개정해 일본 기업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았던 한국 기업이 동등한 대접을 받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과 인도의 CEPA는 2010년 맺어졌으나 관세 철폐율(75%)이 일본 기업에 허용되는 것(90%)보다 훨씬 낮아 우리 기업이 인도시장 진출에 당초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을 표방하는 인도 정부로부터 한국 기업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낸 것도 이번 '세일즈 외교'의 성과로 꼽힌다. 이중과세 방지협정도 가서명되면서 기업들은 연간 140억원의 감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현대차·SK·두산 등 인도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들도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협조로 사업환경이 개선되고 한국제품의 이미지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 새 성장동력 확보 기회 삼아야

인도는 단번에 마음을 여는 문화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방문기간 중 만났던 인도의 택시기사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왔다며 나에게 상당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제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인도시장을 새로운 성장의 계기로 삼을지는 기업과 기업인, 그리고 국민의 몫이다. "나는 서울에 왔다"는 타밀어로 "나누 서울 완돔"이라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경제사절단이 열어준 이정표를 따라 "나누 인디아 완돔"을 말하고 한국 경제는 코끼리 등에 올라타 질주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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