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남아 통화위기 수출업체엔 반사익

◎대금 미달러로 받고 인건비는 현지돈 결제/환율변동 커질수록 경상수지개선 짭짤동남아경제가 통화위기에다 주가 폭락까지 겹쳐 휘청거리고 있지만 일부 수출업체들은 오히려 환율 변동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근 몇달새 동남아국가들의 통화가치폭락으로 미국, 일본 등 주력시장에서 동남아제품의 수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상적자 누적 등의 요인으로 빚어진 환율변동이 이제 경상수지 개선이라는 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특히 수출대금을 전액 미달러로 받으면서 인건비나 자재값은 현지통화로 지불하는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이중으로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수록 이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이같은 수혜대상으로 꼽혀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고있는 기업들중에는 전자부품업체들이 많은 편이고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을수록 주가는 오름세를 타고있다. 도이치 모건 그렌페의 분석가인 앤드류 잡슨은 『적잖은 현지업체들이 통화가치하락으로 이익을 보게될 것』이라면서 농업 등 1차산업과 섬유업종을 대표적인 수혜주로 손꼽았다. 인도네시아의 냉동어류 수출업체인 다야 구나 사무드라사의 경우 중국, 일본, 태국 등 3개국의 비중이 전체 수출실적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수출대금을 대부분 미달러화로 받고 있어 루피아가 하락하면 저절로 헤지(위험분산)효과를 올리게 된다. 사무드라는 올해 작년보다 27%나 급증한 1천4백64억루피아의 순이익을 올일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2천2백31억루피아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의 PCB(인쇄회로기판)업체인 이오닉스 서키츠사는 97년에 주당 순이익이 16% 늘어나는데 이어 98년엔 증가율이 2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에서도 PCB전문업체인 하나 일렉트로닉스, KR 프리시전이 순풍을 맞고있다. 모건 스탠리의 분석가인 거린더 칼라는 『하나가 올해 1억2천9백만바트의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내년에는 7억4천7백만달러의 흑자로 반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드디스크를 생산하는 KR프리시전은 수입이 전액 달러로 입금되고 지출액중 바트화가 67%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97년에 2억7천3백40만달러, 98년에 7억4백20만달러의 순이익을 각각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이 수출전선에서 전과를 올리기 위해 넘어야할 과제도 적지않다. 단기적으로 수입비용과 대출비용이 상승하고 외화채무 상환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수출 호조는 시간을 두고 발생하지만 수입비용 부담은 지금 당장 수익구조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점도 안고있다. 결국 동남아의 통화위기는 환율을 시장의 자유로운 기능에 맡겨놓지 않고 인위적으로 조절할 경우 수출증가라는 단맛을 희석시킬 값비싼 댓가도 치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있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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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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