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에 천정이 없다.” 사상 최고가격을 넘어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구리ㆍ아연ㆍ설탕 등 국제상품 가격이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이라는 ‘경보’가 울렸다. 이들 상품은 ‘공급부족->투기자본 유입->가격급등’이라는 악순환고리를 이루고 있어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폭등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지난 5년동안의 금속, 에너지, 일부 농산물 등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세계 경제 성장과 빠듯한 공급, 투자자금 유입 등에 따라 상품가격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FT의 이 같은 전망은 헤지펀드 등 상품투자자, 광업회사, 업계 애널리스트 등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들의 의견을 인용한 것으로 “구리, 아연, 오렌지, 정제설탕 등 지난 주 명목가격 기준으로 사상최고치에 도달했던 상품들의 가격이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며 실질가격 기준으로 최고치와 거리가 있어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공급부족->투기자본 유입->가격급등’의 연쇄작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공급부족은 원자재의 가격의 급변동에 불안을 느끼는 공급자들이 공급확대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구리의 경우 세계 재고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으나 광업 회사들은 현재의 가격이 지속될지 여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투자를 아예 중단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구리와 금을 생산하는 프리포트 맥모란의 리차드 애드커슨 최고경영자(CEO)는 “금속 가격은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주기를 타기 때문에 단순히 지금 가격이 높다고 해서 장기적인 가격 조정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구리 생산업체들이 파운드당 80~90센트의 가격 계획에 기반 해 투자를 결정하고 있지만 이미 파운드당 2.70달러로 지난 4년 동안 네 배가 뛰었다”며 “광산 회사들의 보수적인 가격계획이 단순히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을 도울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생산자의 신규투자 중단에 따른 공급부족 심화로 국제 투기자본이 대거 몰리면서 원자재가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기금 펀드 등도 자산운용의 다변화를 위해 상품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장기 투자자들 역시 상품투자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 헤지펀드의 매니저는 “신규 공급이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상품에 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상품 시세의 상승 폭이 국제유가의 전철을 밟아 앞으로 2~4배 가량 더 뛸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구리회사 엑스트라다의 찰리 샤테인 최고경영자는 지난 주 한 광업컨퍼런스에서 “유가 20달러 시대가 가면서 오랫동안 보다 높은 가격을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 금속가격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