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정보 정윤기씨/현대정보 박재선씨/모두 컴퓨터 마니아/틈틈이 관련서적 펴내 지금은 전업작가 수준책쓰기. 지식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욕심낼 만한 일이다. 철학과 지식, 그리고 상상력을 모두 동원해 쌓은 자신만의 「정신의 성」, 그 매력적인 성 쌓기 작업이 책쓰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욕심 사나운(?) 두 명의 직장인이 유독 관심을 끈다.
글쓰기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같은 이공계 출신 회사원 두 명이 각각 한 권도 아닌 스무권 이상의 책을 낸 것. 쌍용정보통신의 정윤기 대리(32)와 현대정보기술의 박재선씨(33)가 그 주인공이다.
정대리가 10여년간 32권의 책을 썼고 박씨가 거의 같은 기간에 22권을 발간했으니 둘을 합치면 무려 54권이나 된다.
대형서점 컴퓨터코너에 즐비하게 늘어선 「컴맹딱지 떼기」 「깡통들을 위한 C」 「클리퍼」 등이 바로 이들이 낳은 「옥동자」다. 이 정도면 전업작가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들의 공식 직업은 누가 뭐래도 회사원. 둘 모두 다니고 있는 회사에 만족하며 회사에서도 이들의 능력을 인정한다. 정대리는 차량항법장치(카네비게이션)인 「인터로드」의 개발 주역이고 박씨는 회사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기획업무를 맡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글쓰기는 주경야작이다. 퇴근후 아내를 잠재운 뒤에야 비로소 비밀스런 성 쌓기가 시작된다. 하루가 다른 사람보다 2배 정도 긴 셈이다.
이들이 펜을 들게 된 동기는 우연하게도 비슷하다.
둘 다 대학원 재학중 글쓰기에 익숙해졌다. 정씨는 지난 80년대말 프랑스 제3대학에서, 박씨는 광운대 전산학과 대학원에서 교수의 책을 대필하면서 글쓰기 감각을 익혔다. 이 시절 교수 몰래 책을 내기도 했다.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점도 닮았다. 박씨의 경우 현재 4천여명의 명함을 갖고 있다. 특히 언론인과 친하다. 현업에 뛰어든 뒤 기자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잡지, 신문 등에 장기간 투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컴퓨터광이라는 사실이 똑같다. 컴퓨터에 관한 한 할 말이 많다. 대개는 하고 싶은 말들이 밤새도록 책으로 엮어진다. 특히 컴퓨터 초보자들이 읽을 만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게 이들의 글쓰기 욕구를 부채질한다.
그간 원고료, 인세 등으로 받은 부수입이 회사 봉급보다 많을 만큼 짭잘했다. 그러나 부수입은 대부분 또 다른 책을 준비하는데 쓰인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다.
고정 독자가 5천명이 넘는다는 박씨는 『이들과 끊임없이 교류할 때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이것이 바로 펜을 놓을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한다.<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