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29일] 피해자 가족 두번 죽인 軍당국

"슬픔에 젖은 동료 전우의 가족에게 총을 겨누다니,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가요." 지난 26일 서해 백령도 서남쪽 1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 사고로 실종된 한 장병 가족의 말이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실종자 가족들이 27일 오후4시께 해군 2함대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고 과정을 무성의하게 설명하는 데 격분, 경비병을 밀치고 부대로 진입했다. 실종자 가족 200여명이 책임자의 설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 이 과정에서 당황한 군 당국은 완전 무장한 사병 20여명을 긴급 출동시켜 실종자 가족들에게 소총을 겨누게 했다. 이에 가족들 역시 크게 당황하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분노한 가족들에 놀란 사병들은 급히 현장을 빠져나갔고 현장을 지휘한 군 간부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소총을 겨눈 상황의 경위를 추궁받아야 했다. 이 간부는 가족들의 추궁에 "지나가는 길이었다"고 해명하다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왔고 이런 황당한 사건을 경험한 가족들의 마음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흔히 사건ㆍ사고 발생시 초동수사가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군에서 발생하는 사건ㆍ사고의 경우 안보적 차원에서 일반에 잘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 보니 사건의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이번 군 당국의 조치는 아쉬운 점이 크다. 아니 아쉽다기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을 하고야 말았다. 비록 가족들이 무리하게 부대 안으로 진입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사고로 생사를 알 수 없는 전우의 가족들이다. 특히 이들의 마음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다 헤아릴 수 없다. 가족 역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명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군 당국은 큰 상처를 입고 애타는 마음을 가눌 길 없는 가족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 때로는 거칠게 항의해도 머리 숙여 이를 받아들여야 하며 설명이 필요하다면 위로와 함께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군 당국은 이유야 어떻든 국민과 가족에게 사고 발생에 대해 사죄하고 총을 겨눈 사건에 대해 또 한번 머리 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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