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신라 왕경(王京)에 식량을 공급하던최대 규모의 경작 유구가 경북 경주시에서 발굴됐다.
17일 (재)성림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달 초부터 현재까지 경주 현곡면 433-2번지 일대 공동주택 건설지역 6천600여㎡를 발굴한 결과, 6세기 때 것으로 보이는대형 경작 유구와 부속 시설인 석조 우물, 관개수로 등과 관련 토기 등 유물 다수가출토됐다.
발굴된 경작층 상부에서 통일신라시대 건물터와 불고래 시설(터널형태의 난방시설), 하부에서 청동기시대 무문토기와 돌도끼 등이 포함된 층이 발견됐다.
경작 유구는 지표에서 1.5m 아래에서 발견됐으며 동서 40m, 남북 120m 규모로고랑과 두둑이 동서 방향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석조 우물은 경작지 평면에서 확인된 부속 유구로, 냇가돌로 만들어진 원형이며깊이가 2m 50㎝ 규모였다.
성림문화재연구원 박광렬 조사연구실장은 "현재까지 경주에서 수 많은 유적이발굴 조사됐지만 경작 유구는 최초로 확인됐다"며 "신라 왕경인 서라벌에 식량을 공급하던 경작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작 유구에서는 벼와 수수, 보리, 기장 등 당시 조상들이 생산했던 곡물류가탄화된 채 발견돼 신라 왕경인들의 식생활을 엿보는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조사단은 "밭에서 확인된 토기 등 유물의 연대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중반에걸쳐 있고 대홍수에 의해 폐전(廢田)된 사실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이번에 발굴된 유적은 신라 왕경 주변에서 최초로 발견된 경작 유구"라며 "고분과 사원 등에 치중했던 신라 문화재 발굴사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굴현장을 둘러본 박영복 경북문화재연구원 원장(전 경주박물관장)은 "경주 현곡면 경작 유구는 관개수로를 파는 등 고급농사 기술을 보이며 강 하나를 건너면 바로 왕경으로 통해 식량공급지로 천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경주=연합뉴스) 홍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