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문경영인 시대의 서막(사설)

미원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출범시켰다. 30대 그룹으로서는 지난 6월의 대림에 이어 두번째다. 대림과 미원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 배경에 대해서 다른 시각이 없는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최고 경영자」(CEO)시대가 열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기대가 크다.미원이나 대림은 한국의 재벌기업들 가운데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다. 특히 미원은 조미료로 명성을 쌓아왔다. 뒤늦게 사업다각화에 나서 지난 7월말 현재 주력기업인 (주)미원외에 2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번에 물러나는 림창욱회장은 퇴임 이유로 10년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인 임대홍 창업회장이 장남인 임회장에게 경영대권을 물려준 것은 10년전인 지난 87년이다. 당시 그는 취임사에서 『창업주의 장남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그룹회장에 취임하게 되어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임원들에게 말한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딱 10년만하고 회장직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또 그는 재벌의 장남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동장사라도 했을 것이라고 평소에 말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퇴임이 오너전횡의 우리 기업풍토에 더욱 신선한 충격이다.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특징은 오너 체제하의 선단식 백화점 경영이다. 1인 지배 체제에다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이다. 비경쟁적이고 창의나 투명성을 살리기가 어렵다. 오너체제는 초창기에는 과감한 투자, 빠른 결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바람직한면이 있다. 그러나 기업이 안정기에 들어설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오너가 독선적으로 이끌고만 가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임직원 개인의 자질 하나 하나를 발굴해서 키워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일본은 2차대전 후 맥아더 사령부에 의해 재벌이 모두 해체됐다. 고도 성장의 와중에서 재벌이 형성되긴 했지만 극소수기업을 제외하곤 소유와 경영의 분리체제다. 미국에서 CEO 체제가 정착된 것도 소유와 경영이 완전 분리된데 힘입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도 문제는 없지않다. 책임감이 느슨해서 방만한 경영으로 흐를 수 있다. 지금 기아사태를 놓고 채권 은행단과 기아경영진이 티격태격을 거듭하고 있는것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가져온 책임의 한계때문이다. 임회장은 미원의 경영이 어려울때 그만뒀다. 좋은 시기에 물러났으면 뒷말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30대에 들어선 동생에게 그룹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과도적인 체제라는 얘기도 들린다. 어떻든 미원그룹이 오너 회장체제에서 전문 경영인 회장체제로 바뀐것은 우리 기업풍토에서 지각 변동의 출발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능력있는 CEO가 탄생할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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