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소·중견업계도 고질적 악순환

엔지니어 中企 기피→ 인력 이탈·수급 부족→ 노동강도 심화<br>수당 추가지급 등 인력잡기 총력 불구<br>일주일도 못버티고 나가는 경우 태반

"저희에게는 차례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 인력을 입도선매하고 어렵게 뽑은 인력도 가르쳐놓으면 대기업으로 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대표) 중소ㆍ중견기업들은 고질적인 중소기업 기피현상에 더해 업계 특유의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고질적인 R&D 및 엔지니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업체들은 중소기업 기피→인력 이탈 및 수급부족→노동강도 심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D사는 올해만해도 벌써 7명의 엔지니어들이 퇴사를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밤을 새야 할 정도로 높은 근무강도 때문이다. 공급업체에 납품하기로 약속돼 있는 개발일정을 맞춰야 하는 것은 물론 행여 같은 아이템을 함께 납품하는 경쟁업체보다 개발 및 납품에 뒤처질 수 없는 상황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도 엔지니어들의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해 1년 내내 연구개발직과 엔지니어링 분야의 채용을 하지만 항상 인력은 태부족"이라며 "겨우 뽑아도 1주일도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니 남은 직원들의 업무량은 이미 산더미"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부품업체 K사도 엔지니어의 정원이 25명이지만 실제 근무하는 인원 수는 15명에 불과하다. 이에 K사는 올해 초부터 헤드헌터 등 전문업체에 비용까지 들여가며 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원하는 만큼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신입직원들의 눈높이가 이미 대기업에 맞춰져 있어 채용이 쉽지 않다"며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구하는 방식으로 겨우 한두 명씩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는 중소협력사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K사 역시 올해 들어 두 명의 경력직원이 대기업으로 옮겼다. 업계에서는 2년 이상 중소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 및 R&D 직원들이 주로 대기업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엔지니어에게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등 이직을 막고 채용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기도의 B사 관계자는 "설계 담당 엔지니어에게는 같은 직급의 생산관리 등 다른 직책을 맡은 직원보다 매달 30만원을 직급수당으로 추가 지급하고 있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있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 자동차 협력업체들의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의 특성상 수주를 할 때 약정으로 연간 단가인하 계획을 세워 공급 마지막해에는 사실상 이익이 남지 않는다"며 "임금을 넉넉히 줄 여유가 없으니 신입직원을 중심으로 뽑게 되고 이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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