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84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은 위기 극복용 예산으로 많이 부족한 만큼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실업대책이나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은 필요합니다.” 정세균(58) 민주당 대표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신년 인터뷰를 갖고 확정된 새해 예산안 규모ㆍ내용과 관련, “경기진작효과가 미미하고 일자리도 별로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새해 추경 편성의 불가피성을 제기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올해 유례 없는 침체가 우려되는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 대표가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 대표는 또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등 여권의 정국ㆍ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절대 해선 안 될 일은 독주와 독선”이라며 “무엇이든 국민적 동의나 야당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달 중순께 단행 예정인 개각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에게 “2기 내각은 정말 강팀을 만들어 달라. 특히 위기극복의 경험, 경륜을 갖고 있어 시행착오하지 않고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투입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재회 여부에 대해 “최소한 신뢰회복이 이뤄지기 전에는 (대통령과) 다시 만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무의미하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신뢰회복을 위한 가시적 선행 조치를 해달라”며 지난해 9ㆍ25영수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 -다사다난했던 무자년을 보내고 기축년을 맞았습니다. 새해 대한민국이 어떤 도전과 기회를 맞게 될까요. ▲금년에 참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체적 문제도 있고, 우리의 주요 교역파트너인 선진국도 그렇습니다. 중국, 인도의 상황도 예전 갖지 않을 것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우리의 주요 파트너들은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만 잘 하면 바로 호전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문제보다 외부 상황이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문제인 것입니다. 이럴 땐 국민통합이 절실합니다. 국민이 힘을 모아 위기극복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국민통합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기축년은 국회 운영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 해 입니까. ▲우선 지금 국회 의석구조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 있습니다. 여대야소가 심각합니다. 이럴 때에는 거대 야당이 무리를 하기 쉽습니다. 의회주의란 것은 여야가 공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당이 너무 크다 보니 공존보다는 독주할 소지가 많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여야간 극한 대립이 예상되고 그것이 국가적 위기극복을 뒷받침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제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당도 국익우선을 견지해야 합니다만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더 큰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관용과 화합이라는 큰 틀 아래서 의회를 운영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노력이 절대 필요합니다. -민주당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금년에는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대안정당으로 인식 받는 한해가 돼야 합니다. 또 당 지지율도 끌어올려 연말께 지지율 30%대에 진입해야 합니다. -참여정부 각료출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정부가 올해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해선 안될 일을 꼽아주신다면. ▲우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제일 중요합니다. 우선 정부나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각료들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선 위기극복이 난망입니다. 신뢰회복의 첫 걸음이 필요합니다. 우선 인사문제부터 잘 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절대 해선 안 될 일은 독주와 독선입니다. 무엇이든 국민적 동의나 야당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국민 참여도 없고 야당이나 다른 세력의 협조도 없이 정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ㆍ여당과 야당간 신뢰 회복 방안을 들려주십시오. ▲우선 의회주의 회복입니다.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의회가 모두 한나라당 뜻대로 운영이 된다면 야당이 존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의회주의란 것은 소수의 의견도 반영하는 것입니다. 다수의 뜻대로 모두 할 수 있다면 착각입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민주당은 정국 교착상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력을 꼽고 있다. 연초 청와대에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다시 제안해 얽힐 정국을 푸실 계획은 없습니까. ▲지난해 9월25일 영수회담이 있었지요. 당시 저는 국정 파트너로서의 책임의식 가지고 진지한 자세로 만났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합의된 내용의 실천은 아주 실망스럽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야당도 국정운영의) 동반자적 관계로 하자, 또 초당적으로 일하자”고 말씀만 하고 실천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이후 정부ㆍ여당의 일방통행,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이 더 두드러졌습니다. 이런 파트너와 대화가 필요할까요. “차라리 싸움이 필요한 게 아닌가”하는 게 지금 저의 생각입니다. 최소한 신뢰회복이 이뤄지기 전에는 다시 만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무의미합니다. -그래도 약속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속단하기 보다는 두번, 세번 다시 만나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좋지않을까요. ▲국민들께서는 여야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자주 만나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태는 것을 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원칙에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당 대표로서 가진 입장과 처지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면 우선 대통령으로부터 신뢰 회복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신뢰회복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제언을 하신다면. ▲중소기업 대책이 제일 중요합니다. 아마 금년 봄이 되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대기업도 건강한 중소 협력업체가 없으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기술력이 있는 건전한 기업들의 도산을 막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자금 공급돼야 하는데 시중에 전혀 돈이 돌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자금지원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기업은행에 정부가 적극적 조치하도록 요구했고 정부도 일부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 미진합니다.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공적기능도 중요합니다. 금융감독부문, 규제부문이 소홀이 되면서 은행이 제 기능 못하고 짐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해소해야 합니다. 사회안정망 확충 역시 중요합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약 284조원의 새해 정부예산이 경제회복에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또 어떻게 쓰여져야 할까요. ▲세출 쪽에선 사회안전망 확충이나 비정규직 실업문제 해결보다는 대운하 의심 예산 등 토목사업 쪽에 많은 지출 이뤄지게 됐습니다. 이것은 경기진작효과가 미미합니다. 일자리도 별로 만들지 못 합니다. 거기에다 ‘형님예산’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민원성 지역구 예산도 많이 배정됐습니다. 이래서야 전체적으로 금년 예산을 좋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위기 극복용 예산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저는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실업 대책’이나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추경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해결할 묘안은 무엇일까요. ▲이럴 땐 정부가 아주 과감하고 신속하고 폭 넓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지급보증을 화끈하게 해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빨리 건전성을 찾아야 합니다. 은행들은 경제가 어려울 땐 (기업들의 자금 공급원 역할을 맡기 보다) 자기들만 살기에만 급급합니다. 이런 문화를 고쳐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그런 작업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왜 이런 위기가 발생했는지 (금융권 등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제도도 고쳐야 합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도 결국 금융규제를 과도하게 풀어 준 탓이지 않습니까. 미국의 금융 위기가 왜 왔는지 타산지석을 삼아야 합니다. -기업인들에게 어려운 시기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각 기업의 상황이 천편일률적이어서 한 마디로 기업에 당부하긴 어렵습니다만 경영진과 노조가 고통분담을 하고 주인 의식을 나누면서 힘을 합쳐 위기 극복을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머지 않아 개각이 단행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개각은 어떤 원칙으로 이뤄져야 할까요. 또 어떤 인물들을 기용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대통령이 친한 사람 입각 시키면 안 되고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입각 시켜야 합니다. 내 사람, 네 사람 편 가르지 말고 두루 인재 찾아 이 위기극복에 꼭 필요한 인재를 찾아야 합니다. 요즘 1급 공무원들을 다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이 정부의 인사정책이 정말 심각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왜 1급들을 그냥 무차별 경질을 합니까. 인사가 다 끝나면 한번 분석할 것입니다. ‘1급 물갈이가 또 다른 지역편중을 낳는 것 아닌가. 코드 맞추기 전략은 아닌가. 아니면 꼭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위함인가’를 말입니다. 저는 단언컨데 정부 각 부처의 1급들을 한꺼번에 경질시키는 것은 좋지 않은 의도가 뒤에 있다고 봅니다. 이런 식의 인사는 위기극복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경제부처 개각이 이뤄진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지금 총리를 비롯해 경제팀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은 것 아닙니까. 대통령은 지난해 국민들의 뜻을 잘 알면서도 거기에 전혀 부응하지 않았습니다. 연초 개각이 있다면 정말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줘야 합니다. 우선 인격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 중요하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위기극복의 경륜 경험 갖고 있어 시행착오 하지 않고 바로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투입돼야 합니다. 대통령이 어떤 분을 장관으로 기용하면 그 장관은 (기존의 당파가 어떻든지 간에) 내각 일원으로서 그 정권의 정책이나 철학 맞게 국정 운영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사를 할 때에는 계파 따져가며) 너무 편가르기 할 필요 없습니다. 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8도에서 두루 찾아 국민 걱정을 덜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내각에 이런 저런 (유능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대통령이 강팀을 만들어 달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 정부의 1기 내각에선 누구 하나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거나 국민적 신뢰를 받는 장관이 없지 않습니까.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그만큼 약팀인 것입니다. 2기 내각은 정말 강팀을 만들어 주십시오.
▲1950 전북 진안 ▲전주 신흥고ㆍ고대 법대 ▲미국 페퍼다인대 경영학 석사ㆍ경희대 경영학 박사 ▲쌍용그룹 임원▲15~18대 국회의원(4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특별보좌역 ▲연청 중앙회장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ㆍ원내대표ㆍ당의장 ▲산업자원부 장관 ▲국회 예결위원장ㆍ운영위원장 ▲민주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