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만기 전에 사채를 매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이나 실적 등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채의 조기상환을 시도할 경우 경영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풋옵션 행사나 채권자의 조기 상환 청구에 의한 만기 전 사채 취득을 제외한 주가 부양 목적의 만기 전 사채 매입은 9월말 현재 총 1,97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로통신 860억원, 서한 100억원, 인네트 71억원치를 만기 전에 사들였다. 또 SBSiㆍ케이디씨ㆍ이네트ㆍ유니텍전자ㆍ동국산업ㆍ에이스일렉 등도 50억원 이상을 취득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재무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데 있다. 하나로통신은 외자 유치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놓고 갈등 중이며, 케이디씨와 이네트는 올 상반기 각각 14억원ㆍ22억원의 적자를 내며,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이들은 올 상반기 기준 유동부채가 189억원ㆍ118억원으로 각각 자본금의 3배ㆍ2배에 이른다. 또 실리콘테크는 최근 최대주주가 CP홀딩스로 교체되면서 지난 2001년 발행한 50만 달러 규모의 해외전환사채를 만기 전 매입하기로 결정, 재무구조 및 실적 등에 비해 만기 전 사채 매입 규모가 크다는 지적이다. 유니텍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만기 전 사채 매입은 주식 물량 부담으로 주가가 떨어지고 자금 상황이 좋다면 고려할 만 하지만, 주가 안정이나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지나친 출혈을 하는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주주이익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