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제민주화 놀음 이제 그만] 기업 목소리 귀막은 규제입법

일감몰아주기 과세, 화평법 등 추진 과정 기업과 소통 사라져 현실 동떨어진 정책만

최근 국감은 물론이요,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 세무조사와 기업 총수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경제민주화 열풍에 기업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제민주화 이슈는 총선ㆍ대선 등이 있어 포퓰리즘 성격이 강했다"면서 "이젠 기업의 효율성을 깎아먹는 정책이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최근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회에서 기업을 규제하는 각종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법안의 당사자인 기업인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입으로는 '국민과의 소통' '기업과의 소통'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향해 활짝 열려 있어야 할 귀가 굳게 닫혀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기업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과도한 규제 법안과 정책들이 난무하며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가장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8일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처음 시행되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ㆍ납부 마감 결과 신고자의 98.5%가 중견ㆍ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부당한 부의 이전을 막기 위해 2011년 말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오히려 대기업으로 성장해야 할 중견ㆍ중소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 셈이다. 이에 중견기업연합회는 "과세가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날려보낸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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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여전히 이중과세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에 대해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뒤 실제 배당을 받았을 때 다시 배당소득세를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의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많다. 또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도 위헌 요소가 적지 않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계열사 간 거래는 글로벌 기업들도 하는 정상적 경영행위"라며 "더욱이 과세 대상 법인이 전체의 1.4%에 불과하고 대기업으로 불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주주가 1.5%에 불과하다면 과연 일감 몰아주기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한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 통상분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는 '화학물질평가 및 등록에 관한 법률(화평법)' 역시 기업 현실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 밖에도 우리 기업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과도한 상속ㆍ증여세 부담 완화와 통상임금 문제 해소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가 기업들에 투자를 독려하기에 앞서 기업활동에 애로사항이 없는지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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