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2월 25일] 출구전략과 가계부채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취한 비상조치들을 정상화하는 이른바 출구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중앙은행(FRB)은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도 지급준비율 및 국채금리 인상 등 경기속도 조절에 나섰다. 인도도 지준율을, 호주ㆍ이스라엘 등은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취해진 국제공조체제가 각자도생(各自圖生) 모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공조서 각자도생 모드전환 우리나라도 출구를 향해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풀었던 유동성을 거의 거둬들였고 정부의 은행 해외채권 발행에 대한 지급보증, 중소기업의 신용만기 연장 등의 조치도 끝났거나 곧 종료된다. 이제 기준금리 인상만 남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유례없는 저금리정책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초저금리로 물가불안, 구조조정 지연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2008년 10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2.0%로 12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경기급랭을 막고 가계 및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지만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할 때까지 가급적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금리인상의 파급효과가 6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시기 선택의 문제일 뿐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금리인상 후 일어날 파장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가계부채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얼마 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가계부채를 꼽았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9월 말 713조원(가계신용포함)으로 2007년 말 600조원에서 2년도 안돼 113조원이나 늘었다. 증가액 가운데 79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금융자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 목적보다는 부동산 구입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은 이번 위기에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최악의 경우 가계부채가 경제불안의 폭탄이 될 수 있다. 물론 금리가 올라도 부동산 가격이 금융비용 이상으로 계속 오르기만 하면 걱정은 없다. 과거 인플레이션이 심할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자칫하다가는 부동산 투자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런 우려는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는 2%이지만 담보대출금리는 실제로 5~7% 수준이다. 반면 부동산시장은 강남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년여 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집값이 폭락하자 부동산 경매물건이 폭증했고 역전세난이 일었으며 금융회사들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기도 했다.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국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등 진화에 나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계부채 시한폭탄 빨리 제거해야 가계빚 시한폭탄 조속 제거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 1년 반이 돼간다. 그때에 비해 지금 우리 경제의 체질은 튼실해졌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글쎄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정부 재정도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고용사정도 더 나빠지고 있다. 벌이가 신통치 않으니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은 더 떨어졌다. 당국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지면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출구가 코앞에 닥쳐 허둥대지 말고 지금부터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가계와 기업들은 능력 이상의 과도한 빚을 줄여나가야 한다. 당국도 금리상승기에 눈덩이 부채가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서민가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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