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올 넘겨도 내년 1월 더 문제”/외환수급 불균형 실태는

◎만기외채 1백억불 안팎 추정/수혈자금은 30억불선에 불과외환사정이 당초 알려진 수준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정부와 한국은행의 설명은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IBRD) 등의 지원금 1백30억달러를 포함, 연말까지 1백75억달러 정도로 늘어나게 되며 ▲국내 금융기관이 연내에 갚아야 할 단기부채 최대규모는 1백63억달러 정도여서 여유가 있다는 것. 또 ▲외국인주식투자 한도확대와 채권시장 개방으로 외화가 유입되고 ▲단기상환 부채의 40∼50%가 만기 연장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연말 외환위기를 무난히 넘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보다 훨씬 나쁘다. 당장 만기연장 외채의 규모가 당초 기대치인 40∼50% 수준에 못미치는 20%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신인도가 급락, 국채가 정크본드 취급을 받을 정도여서 만기연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당연히 신규차입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업체의 역외금융 규모도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는 지난 2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22일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역외금융을 포함한 단기외채총액의 5%, 즉 47억달러 미만』이라고 추정했다. 이 추정치를 근거로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단기외채규모는 9백40억달러에 이른다. 한은이 지난 9월말을 기준으로 공식발표한 단기외채는 6백56억달러. 결국 기업체들이 외국에서 돈을 빌리고 신고하지 않은 단기외채만 3백억달러에 이른다는 얘기다. 당국이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외채를 1백63억달러 정도로 계산했지만 이들 역외금융 상환분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우리 외환보유액으로는 연말을 못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총외채는 더 큰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은은 9월말 현재 총외채를 1천1백97억달러로 발표했지만 역외금융의 규모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실제 총외채규모는 2천5백억달러를 넘을 것이란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은은 아직도 역외금융의 규모를 추적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역외금융 부채가 새롭게 밝혀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외환당국의 능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은은 이미 일반은행들이 당장 갚아야 할 외채의 50% 정도만 지원할 수 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구해보라고 통보한 상태. 물론 일반은행들이 알아서 자금을 구할 길은 막혀 있다. 은행들은 『그렇다면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어렵게 연말을 넘긴다 해도 내년 1월엔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1월중 만기가 돌아올 외채는 1백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IMF 등으로부터 새로 지원되는 자금은 현재 30억달러 정도만 확정된 상태다. 연말 외환보유액이 당국의 장담대로 외채를 갚고 40억∼50억달러 가량 남더라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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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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