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업 뒷조사 산업 뜬다

서방기업 신흥국 진출 증가로<br>믿을만한 기업인지 의뢰 늘어<br>크롤사 등 매년 가파른 성장


'한 사람의 뒤만 조사했던 명탐정 셜록 홈스가 요즘 세상에 있었다면 그의 활동반경은 훨씬 넓어졌을 것이다.'(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

세계화로 기업 간 교류가 늘어나면서 경영정보가 불투명한 기업의 뒷조사를 전담하는 일명 '기업 뒷조사'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가 보도했다. 예컨대 서방 기업이 경영정보가 상당 부분 공개되지 않은 중국 기업과 거래하려 할 때 믿을 만한 곳인지를 기업 뒷조사 업체에 의뢰해 관련정보를 습득하는 식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관련통계가 작성돼 있지 않아 정확한 산업규모를 산출할 수는 없으나 전세계적으로 최소 15개 이상의 뒷조사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기업은 미국의 '크롤'로 전직 경찰, 탐정, 컴퓨터 전문가, 회계사, 탐사전문 기자 등을 고용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업계 2위인 FTI는 지난해 상반기에만도 1억 7,700만달러의 이윤을 남기며 전년동기 대비 17% 성장했고 3,8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기업 뒷조사 산업이 성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화에 따른 기업 간 교류, 특히 서방 기업의 이머징마켓 진출이 꾸준히 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머징마켓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사기를 당하고 있는지는 않은지, 해당 기업이 탄탄한지 등을 충분히 숙지하고 거래하고 싶지만 정보가 없어 기업 뒷조사 업체에 이를 의뢰하고 있다. 크롤의 톰 하틀리 사장은 "관련 아시아 정보를 미국에 날라주면서 지난 4년간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규제가 날로 깐깐해지고 복잡해지는 것도 한 이유다. 예컨대 거래를 시작한 외국 기업이 새로 개정된 부패방지법에 위반되는 기업일 경우 발생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뒷조사 업체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이머징마켓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관련기사



기업 뒷조사 업체들은 주로 해당 기업의 수장을 비롯해 직원, 심지어 운전기사 등 인적자원 전반과 회사가 보유한 자금출처 등까지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특히 기업들이 지난해 HSBC가 멕시코 마약조직의 범죄자금을 세탁해준 혐의로 19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무는 것을 보고는 상대 기업 자산이 합법적인 경로로 취득된 것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의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민츠그룹은 이런 사안들을 통틀어 지난해에만도 2만건 이상의 뒷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스로를 뒷조사를 해달라는 이머징마켓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해외 기업과 교류를 활발히 하고 싶지만 자사가 만든 경영환경 조사는 신뢰성이 없으므로 이를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주로 부패가 만연한 동부유럽과 아프리카 기업들이 '셀프 뒷조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기업 뒷조사 업체의 런던지부 매출에서 이런 셀프 뒷조사 의뢰는 세번째로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관련산업이 앞으로도 커갈 것으로 보이지만 난관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뉴스코퍼레이션이 불법 휴대폰 해킹으로 구설에 오른 후 뒷조사와 사생활 보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과 기업 뒷조사의 필요성을 느낀 다국적기업들이 관련부서를 신설하고 있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