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올 6월 이전 이라크에서 직접 선거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조사단을 이라크로 파견키로 결정, 선거 실시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거듭하던 미국과 이라크 시아파간 갈등 해소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그간 미국은 주권 이양 시점인 6월 말까지 미군과 과도통치위가 지명하는 인사들로 과도정부와 의회를 구성, 주권이양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이라크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직접선거를 통해 과도정부를 구성하자고 주장해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파리에서 “이라크에서 선거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할 조사팀을 보내기로 결정했다”며 “조사팀은 이라크 현지에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이라크를 관할하는 연합국 임시행정처(CPA)가 치안 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장하는 즉시 조사팀을 파견하겠다”면서 “나는 이라크 주권이양에 관한 구상과 결정은 이라크인들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사팀의 구성과 규모는 며칠 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 주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과 아드난 파차치 과도통치위 의장 등이 유엔에 선거 가능 여부를 판단해줄 것을 요청한 직후 나온 것이다.
유엔의 조사단 파견 및 조사단의 최종 판단 등을 시아파가 수용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AFP 통신은 “그간 시아파 지도자 알 시스타니가 유엔 조사단 파견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며 수용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향후 유엔 조사단의 이라크 실사가 진행될 경우 선거를 요구하면서 대규모를 시위를 벌여온 시아파의 반발이 누그러지고 저항세력의 공격도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간 미국은 이라크 내 인구 집계 등에 관한 통계자료가 갖춰져 있지 않아 직접 선거가 어렵다는 이유로 미 군정이 지명하는 인사를 주민들이 추인하는 간접선거를 실시, 과도의회를 구성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시아파는 “미국 주장대로 과도정부가 구성될 경우 꼭두각시 정부가 될 것”이라며 과거 유엔 식량 지원 당시 작성됐던 명부를 이용, 선거를 실시하자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