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의 불가의 속셈은 뭔가(사설)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기아사태가 조기 수습의 길을 찾지 못한채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기아그룹과 정부 채권단이 화의와 법정관리로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 질질 시간을 끌고 있는 가운데 협력업체 외국합작사 정치권까지 얽히고 설켜 사태가 복잡해져갈뿐 혼미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기아그룹은 채권단의 법정관리 최후통첩 시한인 6일 기아회생의 유일한 대안인 화의를 고수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채권단도 법정관리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먼저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겠지만 기아 뿐아니라 협력업체에도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화의 동의여부는 자율결정 사항이라던 재정경제원은 또한번 말을 뒤집고 종금사의 화의 동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법정관리 아니면 추가지원은 불가능하다며 회유작업을 벌였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거들고 나서 협력업체와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기아사태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감정과 불신의 회오리 속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 문제의 본질은 기아를 살리느냐, 죽여서 제3자에 인수시키느냐에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기아를 살리기로 한다면 화의 동의가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안이다. 당사자인 기아측이 화의로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하는데도 화의는 안되고 굳이 법정관리에만 된다고 하는지 논리가 명쾌하지 않다. 물론 화의가 기아회생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추가자금 지원과 협력업체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시간 끌기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기아를 죽이지 않고 제3자에 인수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화의와 자금지원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김선홍 회장의 거취는 이제 부차적인 문제다. 기아를 살리기로 한다면 경영 책임을 누가 맡느냐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믿는다. 아직까지도 감정의 고리에 매여 있다면 정부나 정부의 눈짓에 따르는 채권단이 옹졸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다른 기업엔 화의에 동의, 너그러운 자세를 보였다. 따라서 정부에 대한 의구심만 깊게 할 뿐이다. 기아사태 수습은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더욱 우려하는 것은 기아사태의 장기화가 경제회생을 짓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 수습과 경제활성화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가 자금줄이 막혀 연쇄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협력업체가 도산하면 기아 자동차 뿐아니라 다른 자동차업체들의 생산도 차질을 빚게된다. 기아사태로 비롯된 자금 경색이 심각한 상황이다. 자금경색은 이어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다. 경제 살리기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위기감의 심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화의를 거부하면서 기아에 책임을 떠넘기려하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그러는 사이 경제가 망가지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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