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패한 정치·잘못된 금융관행”/박석태씨 자살… 이모저모

◎“유능한 은행원을 죽음으로…”/은행동료 “총체적비리 박씨 혼자 뒤집어써” 개탄/가족·제일은 임직원 등에 ‘죄송’ 내용 유서 남겨○…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의 자살소식을 접한 은행권은 잘못된 금융관행이 유능한 은행임원을 죽음에까지 몰아넣었다며 개탄했다. 한 은행임원은 『부패한 정치와 잘못된 금융관행이 결국 유능한 한 은행원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탄식. 또다른 은행관계자는 『이 사회의 총체적 비리를 박씨가 혼자 뒤집어쓴 셈』이라며 『누가 박씨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 그는 『당시 상황에서 독자적인 판단으로 대출을 결정할 수 있는 은행원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이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치인과 정부당국자들이 박씨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비아냥섞인 질타를 퍼붓기도. 특히 제일은행은 그의 자살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잇따른 거래기업의 부도로 은행이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접한 박 전 상무의 자살소식은 임직원들을 완전히 맥빠지게 했다. 또다른 직원은 『박 전 상무는 31년간 은행생활을 하면서 생색나는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고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고 회고하고 『일만 아는 은행원이 결국 빛을 보지 못한채 중도하차한 것도 아쉽기 짝이 없는데 하물며 그를 죽음으로 내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개탄. ○…재정경제원은 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의 자살소식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정확한 경위와 이유를 파악하는데 분주한 모습. 재경원은 특히 박씨의 자살이 앞으로 제일은행의 장래와 한보사태의 수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는 실정. 재경원의 한 관계자는 박씨가 한보사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중의 하나였을 것이라고 말하고 최근 그를 만난 사람들이 박씨가 『죽고 싶다』는말을 자주 하더라고 전했다고 설명. ○…청와대는 박씨의 자살소식을 전해듣고 상당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관계수석들이 밤늦게까지 사무실을 떠나지 않는 등 긴박한 분위기를 연출.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과 경찰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박씨의 자살사실을 보고받고 이 사건이 향후 한보정국에 대한 여론동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겠다는 자세. ○…정치권은 이날 박씨의 자살소식을 전해듣고 자살배경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하고 있어 눈길. 여당의원들은 대체로 그동안 증인에게 가해진 청문회에서의 인격모독적 발언을 자살원인으로 보는 시각인데 반해 야당의원들은 『한보사태 진상규명 작업과 연결돼 있는 사건 아니냐』며 한보의혹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 ○…박씨는 A4용지 반장 분량의 짤막한 유서에 가족과 제일은행 임직원에게 죄송하다고 적은 뒤 청와대 윤진식 비서관과 박태영, 김원길의원에게 미안하다고 표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이철수, 신광식 전 행장에게도 「죄송하다」고 적었다. ○…박씨는 평소 자신이 유원, 우성, 한보, 삼미 등 제일은행의 부실기업처리를 전담하자 『전라도 출신으로 배경도 없이 혼자서 출세해 못된 일은 다 내가 담당한다』는 푸념을 해왔다고 친동생 박석보씨(48)가 언급. 부인 김주영씨 등 가족들 역시 『결백하다. 잘못이 없다. 억울하다』고 울부짖었다고 마포서 최진수사과장이 언급. 박씨는 지난 3월7일 주총에서 물러난 후 주로 집에서 칩거해 왔는데 이날도 부인 김씨와 점심을 먹고 부인이 잠시 은행에 다니러 간 사이 사건이 발생했다고. 박 전 상무는 한보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몸무게가 평소보다 10㎏나 빠졌다고. 박 전 상무의 집은 마포구 망원동 2차선 도로 옆에 위치한 상가건물 뒤편의 2층 양옥. 1, 2층을 합한 평수는 약 50∼60평 정도이고 상가건물로 박상무 소유라고.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이 건물의 시세를 약 5억∼6억원 수준으로 평가. 빈소는 삼성의료원, 장례는 5일장.<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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