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권 방어벽 높이나
SDI, 삼성물산 지분 700억 추가매입 결의전자, 자사주 매입 이어 계열사 지분 확대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전망 하향조정
삼성그룹이 경영권 방어벽을 높이기 시작했나.
그룹의 핵심 주력인 삼성전자가 최근 2조원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들어간데 이어 또 다른 핵심기업인 삼성물산에 대해 계열사가 보유지분을 늘리기로 했다.
삼성 측은 “저금리 시대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계열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주식을 재테크 차원에서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시장 관계자들은 내년 주총을 앞두고 핵심기업의 경영권 방어벽 높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17일 삼성전자는 2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목적에 대해 연초 주주들과 맺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삼성SDI 역시 이사회를 열고 삼성물산 주식 700억원 어치를 장내에서 매입하기로 결의했다. 삼성SDI는 이번 투자가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차원의 우량주 저가매수라고 설명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올해 영업수익이 꽤 높았고 해외법인으로부터도 2,400억원을 배당받아 이 가운데 1,500억원은 운용재원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900억원 가량은 재테크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며 “특히 그룹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삼성물산을 매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하지만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결정과 삼성SDI의 물산 지분 확대에 대해 그룹의 경영권 방어벽 강화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3.89%나 보유(상장계열사 가운데 전자 지분이 가장 많음)하고 있어 ‘그룹 지배구조의 등뼈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시장 관계자들은 “삼성물산은 삼성SDI(지분율 4.52%), 삼성생명(// 4.67%)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합쳐도 12.88%에 불과하다”며 “현재 주요 주주로 등장한 외국계 펀드가 보유한 10.5%와도 큰 차이가 없어 경영권 방어벽 강화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삼성SDI의 이번 출자로 계열사 총 지분율이 15.94%로 높아질 전망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삼성SDI주가에는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는 반면, 삼성물산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물산에 대한 계열사 출자가 이번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여차하면 내년 주총에 앞서 추가 조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로 삼성물산 주가는 펀드멘털보다는 경영권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할 전망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 초 주총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물산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SDI 주가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투자로 현금흐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며 “다만 아무리 재테크라고 해도 사업 연관성이 적은 삼성물산 주식을 사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
입력시간 : 2004-09-17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