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미국ㆍ중국 등 주요 투자 대상국들의 부동산 시장이 최근 심상치 않은 상황을 보여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6~7월 두 달간 당국에 신고된 해외 부동산 취득건수는 288건에 1억865만달러(1,040억여원)에 이른다. 금액으로 보면 월평균 5,000만달러로 1월 487만달러, 2월 1,124만달러, 3~5월 평균 2,200만달러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증가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런 폭발적 증가세는 해외투자 규제가 완화된 반면 국내 부동산 투자는 세금중과 등 규제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3월에는 거주용 해외 부동산, 6월부터는 투자 목적의 부동산 취득을 허용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증가는 긍정적 측면도 많다. 우선 우리 경제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뿌듯한 일이다. 외환위기 당시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부동산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국부가 유출되는 것은 꼼짝없이 지켜보기만 했던 우리가 이제는 반대로 외국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는 우리 경제에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는 환율 문제 해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손실 위험이다. 최근 들어 해외 부동산 시장에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업체들은 40년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중국도 긴축기조에 따라 최근 상하이 아파트 값이 단기간에 10~15% 급락하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다 위안화 절상 등 추가 긴축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전망돼 부동산 시장은 더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80~90년대 일본은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로 낭패를 봤다. 록펠러센터ㆍ페블비치골프장 등 미국 부동산을 마구 사들였으나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엄청난 손해를 봤고 이게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아직 우리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가 일본과 같은 상황을 맞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해외 투자의 손실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 만큼 보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