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최혁 駐제네바대표부 대사

"농산물 관세상한제 수용 불가"<br>한국, 농업분야 개도국지위 획득 최선 다할것<br>농업 수출-수입국 '민감품목 범위' 놓고 이견<br>개도국들 양허案 제출안해 서비스협상도 부진


[월요초대석] 최혁 駐제네바대표부 대사 "농산물 관세상한제 수용 불가"한국, 농업분야 개도국지위 획득 최선 다할것농업 수출-수입국 '민감품목 범위' 놓고 이견개도국들 양허案 제출안해 서비스협상도 부진 대담=황인선 정치부장 his@sed.co.kr 정리=김병기기자 bkkim@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관련기사 • [월요초대석] 최혁 대사는 누구 • [월요초대석] DDA협상이란 “역시 농업분야가 관전포인트 인데 아직은 주요국 협상입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 않습니다.” 외교통상부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방한한 최혁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라운드(DDA) 협상 전망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최 대사는 “뭔가를 만들어내야겠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주요 국이 새로운 제안을 내거나 추가적인 양보를 할 움직임은 없다”며 “4월말까지 모델리티(협상의 세부원칙)을 만들려는 노력을 다 하되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7월말까지 가야하지 않나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협상 현장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최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비즈니스 룸에서 외교부내 최고 통상 전무가로 알려진 최 대사를 만나 통상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아무래도 농업분야가 가장 민감한데, 농업 시장접근분야에서 관세 감축률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습니까. ▦현재 미국, EU, G20(농산물 수출개도국 그룹), G10(농산물 수입선진국 그룹) 등이 관세감축률에 대해 개별적으로 제안을 냈습니다. 미국은 현행 60%이상의 관세를 90%까지 깎자고 했습니다. 현행 100%대의 수입관세를 10%로 낮추자는 얘기죠. G20는 75%, EU는 60% G10은 45%로 하자고 해서 입장이 다 다릅니다. 그러나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다만 각국의 제안을 대입해서 실질적으로 주요품목의 관세가 얼마나 내려가는지 시뮬레이션 하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달 말게 그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갖고 시장접근개선효과를 따지는 협상이 있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의견접근은 없고 의견접근을 위한 작업은 시작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관세감축률 못지않게 민감품목이 중요합니다. 민감품목은 관세감축률 공식의 예외가 되는데, 전체 1,250개 정도 중에 G10에서는 10~15% 지정해줘야 한다고 하고 EU는 8%, 미국이나 G20는 1%밖에 안 해주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또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로 관세를 낮출 것이냐, 관세를 적게 낮추는 대신 쿼터는 얼마나 해야 되느냐, 이것이 전부 패키지라서 협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산 넘어 산이지요. -우리나라가 농업분야 개도국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시급한 현안인데요. ▦정곡을 찌르셨습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중의 하나가 농산물 협상에서 우리가 선진국과 같은 권리의무관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국 농업은 구조적으로 개도국농업의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경작면적도 적고, 도농간 소득격차 커지고 있고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한국은 선진국과 다릅니다. 과연 한국에 대해 개도국 지위를 인정해 줄 것인지에 대해 아직은 본격협상이 안되고 있다. 저희가 물밑으로 교섭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는데 이 문제는 아무래도 협상 막바지에 구체적 양허를 제출할 때 마지막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표면화할 문제는 아니고 시간을 두고 조용히, 실속있게, 효율적으로 교섭 해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것입니다. 농산물에서 또 하나의 과제는 관세상한에 대한 것입니다. 상대국들이 관세상한을 100%내지 150%로 정하자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라라가 포함된 G10이 안고 있는 제일 어려운 협상과제입니다. 우리는 관세상한을 끝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비농산물 분야에서는 ‘스위스공식’을 도입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는데 이중계수방식이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스위스 공식에 대해 개도국들이 100% 동의를 안하고 있습니다. 스위스공식을 받아버리면 계수만 남기 때문에 자기들 입장이 약해진다고 보는 것이죠. 그러나 기본적인 인식은 스위스공식으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있는데 다만 계수가 문제입니다. 선진국들은 계수를 10, 개도국은 20정도로 하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개도국들은 자신의 평균양허관세가 35%에 가깝고 선진국은 5%미만이어서 그걸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우 양허관세와 실질관세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실질적 시장개방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가 핵심쟁점인데 아직 구체적인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진 않습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협상방식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홍콩 각료회의에서 서비스협상에 대한 두 가지의 진전이 있었습니다. 우선 서비스협상의 대상이 되는 서비스의 종류를 네가지(모드1~모드4)로 구분하고, 이 네가지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하자는 목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지금까지 협상은 R/O(Request/Offer)라고 해서, 양허를 요청하고 상대방이 거기에 응하는 방식으로 양자간 협상을 했는데 이를 다자간 접촉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 같은 개방의 정도를 요구하는 나라들이 공동으로 협상하자는 얘기죠. 어떻게 보면 협상에 있어서 압력을 좀 높이자는 건데, 요청을 받은 국가가 양허를 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서비스 수출국들은 1차 양허안, 2차 개선안을 냈고 7월까지 추가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는데 지금 개도국들은 1차 양허안도 내놓지 않은 나라가 많다. 농산물이나 공산품처럼 어떤 공식이 나오면 수치상의 목표가 도출되는데 서비스는 공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요청받는 나라들이 어떻게 응하느냐가 관건인데 강요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둬서도 안됩니다. 저희로서는 우리 경험을 내세워서 결국 앞으로 성장산업은 서비스쪽이며 농업쪽에만 매달리지 말고 열어야 경제성장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개도국들 가운데 무역과 투자시장을 개방한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성장률이 평균 다섯배가 높다고 나와 있습니다. 불행히도 개도국은 아직도 WTO구조가 선진국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에 요구는 많이 하면서 내놓지는 않으려고 하는데 그 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최근 지역무역협정(RTA), 자유무역협정(FTA)등이 많이 체결되면서 WTO체제의 유용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자간무역체제의 가장 큰 도전이 RTA, FTA입니다. 그러나 왜 WTO체제가 강화돼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유가 굉장히 많습니다. 우선 아무리 양자 협정이 좋다고 해도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규범을 만드는 것과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인데 그 매커니즘을 WTO가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FTA네트워크가 적기 때문에 다자간 무역체제가 훨씬 중요합니다. 또 한가지 걱정은 만일 협상이 지연돼서 WTO체제가 약화 되면 결국 세계 무역질서가 이원화 돼버립니다. 참가하는 나라와 안하는 나라,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차이가 나서 세계무역질서가 분열 됩니다. 특히 개도국이나 최후진국 등 협상력 없는 나라들이 피해를 더 많이 입게 됩니다. -현장협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또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제일 어려운 것은 넓게 보면 반세계화 정서입니다. WTO DDA 협상이라고 하면 도처에서 격렬한 시위 벌어지고 있고 거기에는 농민 뿐만 아니라 노조도 그렇고 환경도 인권까지 해서 범 세계적인 반세계화 연대가 구축돼있습니다. 이런 정서가 개도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선진국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돼있어서 그것이 협상을 끌고 나가는데 어려움이 되고 있습니다. 보람이라고 한다면 결국 저희가 WTO시스템에 가장 모범적인 수혜자, 가장 성공적으로 무역증진 통해 경제성장 이룩한 나라라고 평가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경제규모나 국제적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에 농산물 외 모든 분야의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 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열고 룰을 고치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룹의 핵심멤버가 우리나라입니다. -30년 가까이 통상협상의 현장에 계시면서 얻은 협상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저는 1978년 동경라운드 막바지에서부터 통상교섭을 해 왔습니다. 그동안 얻은 교훈이라고 한다면 첫째는 우리가 세계적인 무역규범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가 룰을 안지키면서 상대방에게 개방하고 룰을 지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한가지는 우리의 협상대상이 대부분 강대국들인 만큼 준비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이는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옵션을 개발하고 관련된 무역규범을 숙지하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야 선진국들과 교섭할 때 입장이 약해지지 않고 떳떳하게 협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협상의 최종결과는 반드시 합의문서 형태로 남기 때문에 그 텍스트에 우리 입장을 반영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텍스트에 들어갈 말을 가지고서 결국 승패가 판가름나는 것입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필요하고 그만큼 어떻게 보면 우리 직원들의 실력을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입력시간 : 2006/02/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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