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경기회복을 위해 4년째 고수하고 있는 ‘통화량 확대ㆍ제로금리 유지’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일본중앙은행의 정책변화 움직임은 없지만, 현 금융정책으로는 침체 탈피가 어려워 금리 및 통화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04 회계연도 소비자 물가가 전년보다 0.1% 감소하고 올해도 잘해야 0.3%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들어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산품 등 근원물가는 오히려 하락할 전망이다.
게다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공산품 가격은 오히려 내림세를 나타내는 등 기업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키쿠카와 추요시 올림푸스 사장은 “가격 하락은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돈을 잃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시중 은행들의 자금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실시한 일본 통안채 발행이 시중은행들의 참여 저조로 판매에 실패했다. 돈이 남아도는 상태에서 통화량 공급 확대 정책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화 및 금리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전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낸 후지와라 사쿠야 히타치연구소장은 “디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 관심을 끌었다.
후지와라 소장은 “사물은 항상 변하며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중앙은행이 4년간 고수해온 통화량 증가와 제로 금리 유지라는 정책에 변화를 줄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준비금 목표를 조절한다 하더라도 중앙은행의 철학에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오엔의 기무라 요이치 재무국장도 “디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