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미FTA 비준, 물밑 대화 속으로

여야, 본회의 취소한채 다각 접촉… 朴 국회의장 "타협이 최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의 D데이로 여겨졌던 10일 국회 본회의가 취소됐다.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아보자는 온건론이 힘을 받으면서 여야 간에 좀 더 논의할 시간을 갖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타협해보자'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숨 고르기 속에 물밑대화 국면이 예상된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합의하에 열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협상파의 절충안이 나오는 등 타협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타협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모색하는 게 정치의 본체"라며 "타협이 최선"이라고 협상론에 힘을 실어줬다. 박 의장이 "본회의를 오늘 열지 않는다는 게 산회를 선포한 것도 아니고 언제든지 열면 여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음 본회의 예정일인 오는 24일까지는 여야의 대화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당분간 여야는 접점마련을 위한 물밑접촉을 하면서 타협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손학규ㆍ김진표 등 야당 지도부와)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FTA 절충안을 제시한 민주당 협상파는 지속적인 세 확산을 통해 절충안에 반대하는 당 지도부를 압박할 방침이다. 절충안 마련에 참여한 김성곤 의원 측은 "의원 개별적으로 다른 정치적 주장들을 묶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장선 사무총장도 이날 '끝까지 타협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의정서신을 통해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할 경우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오래 갈 것"이라며 "여야와 정부는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협상파는 '한미 FTA 발효 즉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존치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막지 않겠다'는 내용의 절충안을 내고 의원들의 동의와 서명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 절충안을 합의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계속 내비치며 막판타협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도 "민주당의 절충안이 당론으로 채택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 모두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하자(한나라당)' '재협상 없는 비준은 불가하다(민주당)'는 등 강경파의 목소리가 여전해 접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은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처리할지 안 할지 얘기해보고, 만약 빨리 (처리하지) 못한다면 원내대표직이라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대해 참여의원 상당수가 호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한나라당과 합의한다고 해서 ISD 재협상이 가능하겠냐"며 "(여당이 한미 FTA를 밀어붙일 경우) 물리력으로 저지해 막겠다는 당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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