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 유가·원자재값 고공행진 경제정책 수정 불가피

유가 41개월 만의 최고치, 라면 6~7%, 밀가루 6.9∼10.4%….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 2ㆍ4분기 면 내림세로 돌아선다는 정부의 전망과 달리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 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기다리는 등 생활물가 의 추가 인상요인도 첩첩이 대기 중이다. 때문에 정부의 경제운용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물가안정을 전제로 세운 경 제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 국은행도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하고 물가불안을 잠재우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진퇴양난이다. 경기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갈 경우 경 기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크다. 환율이 급락해 수출경쟁력 하락이 우려돼도 예전처럼 시장에 개입하기도 힘들어졌다. ◇물가 고공행진 지속=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로 쓰이는 원재료 및 중간재 가격 상승은 최종소비재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시차가 있을 뿐이다. 송명기 한국개발연구원 (KDI) 연구위원은 “원재료 가격 상승이 최종재에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1~6개월이 걸린다”며 “현재 원자재 가격 추세로 봤을 때 적어도 올 상반기 내에는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원유 기준가격으로 쓰이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주 말 배럴당 32.61달러로 4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철금속 가격 역시 미국ㆍ중국 등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원유 외 원자재 가격의 주요 지표로 쓰이는 로이터지수는 4월 중순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폭등했다. 특히 중국의 고속성장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효과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세계 시멘트와 철강 수요의 30~40%를 빨아들일 정도로 ‘싹쓸이’하고 있으며 고도성장에 올림픽 특수까지 겹쳐 중국의 ‘원자재 블랙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난이 구조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유진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전세계 원자재 수요의 40~5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의 원유, 철강, 기타 비철금속 수요 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중국정부가 올해 들어 경기안정화정책을 쓰고 있지만 내수진작을 위해 긴축정책을 쓰기 어려운데다 올들어 대규모관급 건설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도 중국의 원자재 수요 급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등 상승세 지속= 문제는 정부의 상황인식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점. ‘2ㆍ4분기에 들어서면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선다’는 투의 주먹구구식 전망에 의존하고 있다. 막 상 유가가 내려가지 않자 이라크 사태 등 돌발변수에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에 반해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일시적 파동이라기보다는 2000년 이후 국제유가 결정구조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이라크 정정불안 등 지정학적 요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기습감산, OPEC의 목표가격 밴드제 시행, 달러와 원유간 투자 대체성 증가 등 유 가 결정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 기인한다는 것. 돌발변수 탓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으로 유가가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국제유가 강세가 지속된다는 데 일치한다. 올 들어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OPEC이 올해 세계 원유수요 전망치를 당초보다 크게 늘린 것도 유가상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OPEC은 최근 월간 보고서를 통해 휘발유와 경 유 등 연료를 포함해 올해 전세계 석유수요가 4년 만에 최대폭인 2%, 157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으로 금리ㆍ환율정책 '딜레마'= 물가상승은 한국은행의 금리정책과 환율정책 결정에 고민거리로 작용하고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아직까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국내경기를 감안하면 실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원화강세로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음에도 불구, 환율당국의 시장개입이 줄어든 것도 수입물가 상승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송 연구위 원은 “최근 원화강세로 인해 그나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효과가 상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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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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