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대형 호재로 원ㆍ달러 환율이 폭포수처럼 급락했다. 외화자금조달시장인 스와프시장도 반색했다. 달러 유동성 부족 불안감이 해소된 만큼 환율은 당분간 하향안정세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제금융위기가 진행 중인데다 세계적인 실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1,100선 아래로 되돌아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1년 만에 최대 낙폭=30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77원 폭락한 1,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간 217원80전 폭락하면서 15일 이후 보름 만에 1,200원대로 하락했다. 전일 대비 하락폭은 지난 1997년 12월26일 이후 10년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날 환율은 스와프 체결 소식과 역외선물환시장(NDF) 환율 급락 여파로 77원 급락한 1,350원으로 출발한 뒤 역외세력과 투기세력의 물량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1,240선까지 저점을 낮췄다. 시장 참가자들은 스와프 계약 체결과 주가 폭등, 외국인 주식 순매수, 10월 경상수지 흑자 전망 등이 어우러지면서 환율이 폭락했다고 설명했다. 스와프시장의 분위기도 크게 호전됐다.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는 전일 대비 3원 상승한 -4원을 기록했다. 스와프포인트의 마이너스 폭이 줄었다는 것은 달러수요가 적어졌다는 의미다. ◇내려갈 일만 남았다=시장에서는 스와프 계약을 대단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과 달러라인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외화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300억달러라는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불안 심리를 진정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 체결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외화유동성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약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단기고점을 찍고 앞으로 진정되는 일만 남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10월 경상수지 흑자전환 등 4ㆍ4분기에 약 4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환율안정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달러난 불안심리가 크게 누그러진데다 경상수지마저 흑자로 나타난다면 환율은 당분간 하향안정화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부정 변수 아직 상존=그렇다고 환율이 이날처럼 추가로 급격하게 하락해 1,100선 밑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고 국내외 경기가 가파르게 둔화하고 있으며 여전히 자금조달 비용이 높고 수급 역시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정미영 팀장은 “외화유동성 불식 차원과 달리 금융 부문에서는 달러조달금리가 여전히 비정상적 상태이고 세계경기 침체는 향후 원화 약세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경상수지 흑자도 마냥 호재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사 등 수출업체가 수주 받은 달러를 미리 팔아놓아서 실제 국내에 공급되는 달러 물량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표한형 연구위원은 “현 금융시장 문제의 핵심은 해외 요인이고 미국의 경우 카드부실 등 새로운 악재가 출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며 “환율이 일정수준 이하로 급하게 하향안정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준 부장도 “그동안의 상승분이 오늘 일거에 반영된 측면이 있어 하락하더라도 오늘처럼 급락장을 시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